시인 오일도·조지훈 생가와 소설가 이문열 작업실등 볼거리 풍성

초가을 햇살이 가득한 마당 위 멍석에 빨간 고추가 투명한 빛으로 꿈을 꾸는 곳, 제법 이름난 문인들이 태어나고 자란 흔적들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는 영양은 때 묻지 않은 소박함이 사랑스러운 그런 고장이다.

제법 드센 산세를 뒤에 지고 앉은 고택과 아직 남은 까치밥이 달려 있는 감나무에서 넉넉함을 느낄 수 있는 영양은 고달픈 삶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한 번 쯤 가고파지는 그런 여행지이다.

선비가 많이 나온 영양은 전통 탓인지 지금 영양은 문향(文鄕)으로도 이름이 높다. 근대 문학에서 제법 이름을 높인 시인 오일도와 시인 조지훈이 태어난 곳이고 이문열씨가 집필을 하는 작업실이 있어 이 세 곳만 들러 보는 것으로도 문학기행에 충분할 정도이다.

먼저 오일도 시인(1901~1946 본명은 희병)의 생가를 찾으려면 영양읍 감천마을로 가면 된다. 감천마을은 낙안 오씨들이 많이 살았던 곳으로 마을 입구 31번 국도 변에는 시비가 세워져 있으며, 생가 앞 하천 절벽에는 천연기념물 114호인 측백수림이 군락을 이루면서 자생하고 있다.

오일도는 조선문단 4호에 시<한가람 백사장에서>로 문단에 등단하여 1935년 사재를 털어 시 전문지<시원>을 창간하여 5호까지 발간된<시원>은 시문학을 풍요롭게 하는데 일익을 담당한 시인이다.

영양읍에서 일월산 방향으로 조금 더 들어간 주실마을은 수많은 박사와 교수를 배출한 곳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마을 곳곳에는 종가인 옥천종택(玉川宗宅)과 조지훈의 생가인 호은종택(壺隱宗宅)을 비롯한 많은 고가들이 여전히 번듯하다.

그리고 마을 한 켠에서는 조지훈 문학 기념관 공사가 아직도 한창이고 그 곁으로는 조지훈이 어렸을 때 수학했던 월록 서당이 남아 있다. 우리에게는 승무라는 아름다운 시로 더 알려져 있는 조지훈(1920~1968 본명은 동탁)은 시인이요 국문학자이다.

지금 영양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있는 소설가 이문열도 영양 사람이다. 그가 태어난 석보면 원리리는 두들마을아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곳이다. 조선시대 때 광제원이 있었던 곳으로 재령이씨들의 집성촌이다.

석계고택, 석천서당등 전통고옥 30여채와 동대, 서대, 낙기대, 세심대가 새겨진 기암괴석을 비롯, 궁중요리 서책을 쓴 정부인 안동 장씨의 비석 등이 잘 보존되어 있는 마을로 이문열은 소설 속 인물의 삶의 역정이 펼쳐지는 무대로 이곳을 자주 등장시키고 있다. 현재 향토유물관을 건립하고 문화 마을을 만들어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두들마을이 있는 석보면에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활용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은퇴자 도시 시니어타운이 개발되고 있다.

영양군 석보면 신평리와 주남리 일대에 2011년말까지 완공 예정으로 4,800세대의 대규모 시니어타운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은퇴자들의 성향을 분석해 자연친화적인 리조트형 골프빌리지 형태로 조성되는 시니어타운은 청정지역에 세워지는 본격 실버타운이라 은퇴자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 놓칠 수 없는 명소, 서석지

서석대 은행나무

영양 땅의 오래된 마을들은 대개 배산임수형(背山臨水形)인데 그 대표적인 곳이 입압면 연당마을이다. 그리고 이 마을의 동구밖에 있는 것이 선바위와 남이포다.

이런 이유로 남이포를 찾으면 연당마을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된다.

연당마을에는 담양의 소쇄원, 완도 보길도의 부용정, 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민간정원으로 꼽히는 서석지(瑞石池, 중요민속자료 제108호)가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영양 나들이에서 꼭 들러보아야 할 곳이다. 이 가을에 서석지에 가게 되면 몇 백 년 묵은 은행나무에 가득 달린 황금빛 은행잎이 화사하게 반짝이는 장관을 구경하게 된다.

대문이 있었던 자리는 툭 트인 공간으로 변했고 그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마당 대신 사각형 연못이 먼저 눈에 띈다. 이 연못이 바로 서석지이다.

서석지 안에는 선유석, 통진교, 희접암, 어상석, 낙성석 등으로 이름 붙여진 20개의 괴석이 촘촘히 놓여 있다. 그리고 연못가에는 서재인 주일재와 정자인 경정이 자리 잡고 있다. 서재 앞의 사우단에는 선비들의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 대나무, 매화, 국화 등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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