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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수염, 무대 뒤의 삐에로를 닮은 독특하고 은은한 자태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온 사방이 꽃으로 가득하다. 순식간에 터져 나와 온 사방에 가득했던 벚꽃잎들은 이제 사소한 바람에도 낙화를 시작한다. 윤기나던 백목련의 꽃잎들은 미련을 두고 가지 끝에 남아 안스러울 만큼 그 아름다움을 잃어간다.

숨막 힐 것 같았던 샛노란 개나리의 행렬엔 어느 새 연초록 잎새들이 삐죽 삐죽 석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봄꽃나무들의 향연은 여전히 지속될 것 같다.

진달래가 지면 이어 연달래, 철쭉이 필 것이고, 산수유 진자리엔 라일락 향기가 대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체할 수 없는 봄 꽃의 잔치는 도시에서 더욱 강렬하다. 작고 섬세하고 그윽한 숲 속의 봄꽃들과 비교하자니 이 도시의 화려한 꽃들이 허세처럼 느껴져 문득 덧없고 쓸쓸하다.

봄에 피는 식물중에 광대나물과 광대수염이 있다. 광대나물은 진분홍빛 꽃들이 모여 그냥 모습만 보아도 광대나물이 되었는지 금새 알 수 있다. 봄이 오는 길목에 밝게 피어나 우리를 환영하는 듯 줄거운 꽃이다.

광대수염은 조금 다르다. 우선 꽃색이 우유빛이며 잎에 가려 그 꽃들마져 꽃들이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는다. 무대뒤의 슬픈 피에로처럼 말이다. 광대수염에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에 대해선 서로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한다. 흰 꽃잎에 점같은 무늬가 알록하여 광대처럼 화려하다 하지만 난 다른 생각이다.

이 광대수염 역시 약간은 우스광스러운 독특한 모양의 꽃들이 줄기에 둥글게 모여 난 주름이 많아 목을 둘러싼 광대ㅔ들의 옷차림이 생각난다. 물론 수염은 꽃잎 밑에 달린 꽃받침 끝이 수염처럼 뾰족하게 발달하여 아주 인상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광대수염은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그리 흔치 않지만 그리 귀하지도 않다. 마음 먹으면 웬만한 산의 숲 속 다소 그늘진 곳에서 종아리 높이쯤 커서 무리지어 혹은 몇 포기씩 모여 피는 광대수염을 만날 수 있다.

꿀풀과이니 줄기를 만져보면 네모지다. 잎은 손가락 두마디쯤 되는데 서로 마주 달린다. 잎끝은 뾰족하지만 잎의 아래는 심장처럼 둥글고 가장자리엔 톱니도 있고 주름도 진다. 꽃은 봄에 피어 봄이 가도록 이어진다.

줄기에 잎이 나눈 잎자루 둘레에 몇 송이 씩 둥글게 모여 달리고 이것이 층층이 이어진다. 그렇게 달린 꽃들을 세세히 들여다 보면 가장자리엔 털도 있고 무늬도 보이고 무엇보다도 안으로 굽어 말린 꽃잎들이 고개를 내밀고 무엇인가 바라보는 듯도, 생각하고 있는 듯도 싶다. 꽃에서 많은 표정과 느낌이 읽혀진다.

화려하게 꽃이 드러나지 않으니 부러 키우는 이는 없으나 나무 그늘 밑에 넣어 심기엔 괜찮을 듯 하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야지마(野芝麻)란 생약이름으로 식물전체를 혹은 뿌리를 이용하는데 결핵에 의해 피가 날 때나 생리불순 등 여러 증상에 대한 처방이 기록되어 있다.

이 눈부신 봄의 햇살속에서, 아름답게 자라기 시작한 광대수염을 보면 쓸쓸함을 보는 것은 이미 갈 것이 예정되어 있는 봄날에 대한 미련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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