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만화·연극 요소 가미한 '심청'등 창작 공연 잇따라

2008 대한민국의 여름이 춤을 춘다.

발레라는 장르를 어렵게만 느끼던 사람들은 올 여름 ‘발레의 재발견’을 하게 될 것이다.

우아함과 고품격의 대명사 ‘클래식 발레’들이 하나 둘씩 ‘부담’을 벗어 던지고, ‘친근감’이라는 새 옷을 입고 대중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창작공연’ 들이 잇따라 선을 보이며, 국내 발레공연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발레장르에 뮤지컬의 노래 형식과 연극적 마임을 도입해 ‘발레뮤지컬’이라는 새로운 공연형태를 선보이고 있는 <>이 크로스오버 발레의 대표주자다.

올해 두 번째로 관객들을 찾아온 <>은 무용공연에서는 이례적으로 연극연출가 ‘양정웅’이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초연당시 심청을 본 관객들은 이해하기 쉬웠고, 독특하면서 재미있는 발레작품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시즌2 심청은 보다 한국적인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고무줄 놀이’ ‘꼬리잡기’ ‘줄넘기’ 등 ‘전통놀이’ 장면을 가미해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 뿐만 아니라 우아한 발레리나들의 몸짓은 화려한 ‘부채춤’을 비롯해 신명 나고 익살스러운 ‘탈춤’과 조화를 이루며 이색적인 무대를 선사하고 있다.

<> 속에 등장하는 ‘심청’도 희생정신이 강하고 가녀린 소녀의 이미지에서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당찬 캐릭터로 재탄생 했다.

심청 역을 맡은 발레리나 강예나는 이와 관련해 “기존의 <창작발레 심청>이 ‘심청의 일대기’를 순차적으로 보여준다면, <>은 심청 내면의 심리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며 “전통 발레와 달리 연극적인 연기가 강해져 전체적으로 스토리 전달이 더욱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한편 독특하고 재미있는 공연 <>을 준비해온 유니버설발레단의 문훈숙 단장은 “발레 대중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발레의 벽을 높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았다”면서 “발레를 쉽고 친숙한 장르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을 제작, 초보 관객이라 할지라도 쉬운 발레로 입문해 최고의 정통 클래식 발레로까지 관심이 이어진다면 누구든지 발레마니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작품의 기획의도를 밝혔다.

발레뮤지컬 심청

새로운 안무와 음악, 볼거리로 가득한 무대장치, 이색적인 무대의상까지 더해져 <>은 계속해서 더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발레가 뮤지컬과 만나 더욱 친절해졌다면 카툰발레 <비밀의 인형, 코펠리아>는 만화보다 더 재미있는 무대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19세기 프랑스의 발레 절정기에 만들어진 ‘코펠리아’는 비극발레의 전형 ‘지젤’과 필적하는 희극발레의 대표 레퍼토리다.

세계적인 안무가 제임스 전(서울발레시어터 상임안무가)의 안무와 함께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비밀의 인형, 코펠리아>는 지난해 처음 국내 관객들에게 찾아와 전회 매진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차이코프스키를 감동시킨 음악, 인형을 소재로 반전을 거듭하는 극 전개 등으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코펠리아’ 원작을 카툰발레라는 색깔 있는 창작발레로 재탄생 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비밀의 인형, 코펠리아>는 원작이 가진 희극적 요소를 극대화 하기 위해 발레의 상징인 토슈즈와 튀튀(발레치마)를 벗어 던지고, 만화처럼 재미있는 ‘카툰발레’라는 컨셉트를 내세운다. 이와 더불어 컬러풀한 색상의 깜찍하고 경쾌한 의상, 생동감 넘치고 화려하면서도 시원스러운 무대, 음악과 혼연일체를 이루는 유쾌 발랄한 무용, 폭소를 자아내는 기발한 연출로 서정적인 고전 발레와 차별화하고 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움직이는 인형들과 개성적인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비밀의 인형, 코펠리아>는 객석으로 내려가는 발레리노, 말풍선의 등장 등 과감한 공연장치로 공연 내내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제공한다.

카툰발레 <비밀의 인형, 코펠리아>의 한 관계자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무대는 마치 동화책을 펼쳐놓은 듯한 환상을 재현하고, 이제껏 발레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기자기한 의상은 동화 속 주인공을 만나는 착각에 빠지게 할 것이다”며 “지금까지 발레공연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신선한 재미를 맛보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쉬운 발레, 재미있는 발레, 통쾌하고 시원한 발레 <비밀의 인형, 코펠리아>는 2007년 여름에 이어 2008년에도 발레의 대중화를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뮤지컬’과 ‘만화’에 이어 이번에는 발레와 ‘연극’이 만났다. 같은 작품 속에 세가지 느낌을 담은 <오델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90년대 국립극장의 발레무대를 뜨겁게 달구던 국립발레단의 간판급 남성무용수 세 명이 2008년 <오델로>의 안무자로 다시 뭉친 것이다. 백영태(1985~1990년), 박상철(1990~1995년), 제임스 전(1993~1999년)이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 가운데 가장 사실적이며, 비극적 색채가 짙은 ‘오델로’를 주제로 각자의 색채를 담은 안무를 선보인다.

백영태는 오델로의 극단적이고 이분법적인 사랑에 주목한다. 사랑을 긍정하면서 또 부정하는 오델로의 심리적 갈등을 그리고 있다. 오델로의 순순한 사랑은 결국 질투와 합일을 이루었음을 보여준다. ‘부정한 여자’ 데스네모나를 죽인 오델로가 스스로의 선택을 믿고 정당성을 내세우지만 갈등과 번민에서 벗어나지 못해 끝내는 광인으로 외로이 남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한편 박상철은 연극적인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는 안무를 통해 인간의 질투심에 의해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하듯 발레로 풀어나가는 형식을 취한다. 극 중에서 이아고의 간계에 빠져 잔인 무도하게 타락해가는 오델로를 묘사했다. 나아가 오델로를 망가뜨려 이기와 질투로 비극을 초래하는 장본인 이아고의 고뇌를 그린다.

그밖에 제임스 전이 초점을 둔 부분은 ‘오델로’의 3막 2장부터 5막까지의 내용이다. 오델로가 데스데모나에게 느끼는 모성과 이아고의 계략으로 상상하게 되는 데스데모나의 외도를 향한 질투와 분노가 포인트다. 두 인물의 교차하는 감정을 중심으로 무용수들의 자유로운 동작에 영상, 연극 요소들을 접목시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셰익스피어 인 발레’를 컨셉트로 한 이번 ‘발레와 연극의 만남’에는 스토리텔링 기능이 약한 발레장르의 이해를 돕고자 시작 전 설명은 물론 막과 막 사이에 연극적 요소를 삽입해 발레와 연극의 진정한 크로스오버를 실현한다. 또한 연극과 발레 간 장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연극 배우들의 풍성한 신체언어도 눈 여겨볼 만 하다.

<오델로>의 총연출을 맡은 송현옥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는 “세 편의 드라마발레가 연극과 어우러져 전체적으로는 한 편의 완성된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연출에 심혈을 기울였다”면서 “이번 시리즈를 통해 국내에서 제작된 창작발레가 관객들에게 보다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고, 아울러 세계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포부를 전했다.

연극과 발레의 만남이 국내에서는 첫 시도인 만큼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오델로>는 올 여름 지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준비로 들떠있다.

6월8일~6월18일. 평일오후 7시 반.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2만~6만원. 2204-1042

◇ 카툰발레 비밀의 인형, 코펠리아

I. 7월4일~7월7일. 4~5일(목,금) 오후7시 반, 6일(토) 오후3시·7시, 7일(일) 오후3시.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2만~4만원. 594-4025

II. 7월11일~7월12일. 11일(금) 오후7시 반, 12일(토) 오후3시·7시.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2만~4만원. 594-4025

◇ 오델로

7월11일~13일. 11~12일(금,토) 오후7시 반, 13일(일) 오후3시. 예술의극장 토월극장.

1만~6만원. 587-6181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