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좋은 마요리 먹기에도 좋아요전북 익산 특산물 건강·컬러푸드로 인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베이징 올림픽 육상 100m에서 9.69초로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딴 그가 어릴 적 마(藷)를 즐겨 먹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북 익산에도 때아닌 ‘볼트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의 진원지는 원광대 부근 삼거리에 위치한 식당 ‘본향’. 다름 아닌 이 집이 보기 드문 ‘마’ 전문 음식점이란 이유 때문이다.

보통 ‘마’라면 일식집에서 본격 식사 전 즙으로 갈아 참기름을 얹어 나오거나 채로 썰어 먹는 것이 고작. 결코 음식의 ‘메인’일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이 집에서는 ‘마’가 음식의 ‘주제이고 전부’라고까지 해도 그리 지나치지 않다.

마약밥, 마약떡, 마알쌈, 마동화, 마스테이크, 마삼합 등…마를 활용한 몇가지 요리들의 이름들이다. 어떻게 ‘마’가 음식의 주재료가 되고, 음식의 ‘메인’이 될 수 있을까? 이름만 듣고서는 궁금하기만 하다.

백제의 고도이기도 한 전북 익산은 ‘마’의 고향이자 주산지로도 꼽힌다. 무엇 보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서동요 (薯童謠)의 서동이 마를 캐 팔아 생활했다는 곳으로도 전해 온다. 집이 가난해 마를 주식으로 삼은 서동은 후에 서동요를 지어 신라 26대 진평왕의 예쁘고 착한 딸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고 백제의 30대 무왕의 자리에도 오르게 됐다. 기골이 장대하고 피부가 꽃미남처럼 고왔다는 무왕의 건강 비결에는 ‘마’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역사의 해석. 이름에서 서동의 서(薯)자 또한 ‘마’를 뜻한다.

2002년 본향을 오픈한 주인 김희연씨는 익산의 특산품이기도 한 ‘마’를 처음에 음식에 곁들여 봤다. 몇가지 메뉴에 ‘마’를 집어 넣거나 함께 조리를 해 내놓았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맛이 살아 나기도 했지만 마의 건강적 효능이 강조되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어 온 것.

“그렇게 손님도, 메뉴 가짓 수도 늘어나면서 지금은 어느새 ‘마’ 전문 식당이 돼버렸어요.” 또 거기에다 음식을 새로 개발해 내고 김씨만의 빼어난 디자인 감각까지 더해지면서 ‘마 창작요리 전문점’으로 불린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서동마 창작요리 전문점’.

이 집에서 마 요리는 대부분 코스로 나온다. 가장 적은 코스가 9가지, 많은 것은 백제불로장생정식으로 무려 22가지에 달한다. 여기에다 마약밥, 기본찬 등 밑반찬, 주방장 특선 등 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그 이상. ‘너무 많다 보니’ 한 번에 3~4가지씩 식탁 위에 오른다.

처음 나오는 요리는 애피타이저. 먼저 대추와 연근 멥쌀을 함께 쑤운 마죽과 마와인으로 식욕을 돋군다. 마와 당귀, 약재 등으로 담근 마와인은 마효소로도 불리는데 약간의 알코올 기운이 가미돼 소화도 도와준다.

다음은 마 롤과 마 해파리냉채. 밥에다 짜장과 고추장, 계란, 백련초, 녹차 분말 등을 섞어 색을 낸 오방색 꽃밥으로 그야말로 컬러푸드다. 김밥처럼 말아 내는데 색깔만으로도 먹고만 싶어진다.

유부로 만두처럼 싼 메뉴는 ‘마누라’라고 불린다. 주인 김씨가 ‘유부’로 쌌다고 ‘유부녀’를 의미하는 이름으로 붙인 것. 속에 마와 죽순 야채 두부를 다져 넣어 포근한 맛을 낸다.

마 알쌈, 마동화(위)
마 롤 & 마 샐러드, 마 약선구절판(아래)

이 집 음식에서 특히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비아그라’다. 채 썰은 마와 낫또를 섞어 그 위에 계란 노른자를 얹어 이름처럼 보기에도 스태미나식이다. 자세히 보면 안에 신 김치도 채썰어 들어 가 있는데 이는 신 맛을 내준다. 마가 워낙 뻑뻑하다 보니 양념이 잘 스며들지 않아 김씨가 터득해 개발해 낸 가미법이다.

약선구절판으로 불리는 메뉴 또한 컬러푸드의 대표격이다. 전병을 여러 색깔로 물들여 놨는데 모두 천연재료들로 색을 입혔다. 노란색은 치자, 붉은색은 백련초, 녹색은 깻잎 가루를 반죽에 갈아 넣은 것이다. “입으로만 맛있어서는 안돼요. 눈으로 더 맛있게 보여야 맛도 살아 납니다.” 컬러 푸드에 대한 김씨의 확고한 음식 철학이다.

특히 마와 각종 채소를 다져서 위에 알을 얹은 마 알쌈, 익산시의 상징인 소나무와 비둘기 국화 데코레이션으로 치장한 마동화, 주걱 위에 해물과 고기, 마를 같이 다진 후 양념애서 얹어 놓은 마스테이크 등은 모두 김씨가 만들어낸 ‘마 창작요리’들의 대표주자들. 맛도 맛이지만 음식들을 재미있게 표현해 낸 상상력이 돋보인다.

또 마와 오리고기, 산마늘 세가지를 조합한 마 삼합, 홍어를 튀겨 소스를 끼얹은 마 탕수어유, 인삼을 튀겨 마가루를 묻힌 마 인삼튀김 등도 주요 코스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 집 음식은 거의 모든 메뉴에 마가 포함된다. 된장찌개에도, 또 전골에도, 마 가루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백미는 마약밥. 밥을 지을 때 마와 약재, 씨앗, 견과류 등 33가지 식재료들을 함께 넣는 것이 비결이다. 딤섬 용기에 담아 나오는데 천을 들추면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특유의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실제 한약재 향은 밥에서 보다는 옆에 놓여진 당귀잎 때문이다. 그리고 디저트로 나오는 마약떡과 마약 식혜 또한 이 집에서 빼놓지 말고 맛봐야할 ‘마약’ 메뉴들이다.

“처음에 ‘마약밥’이라고 플래카드를 내걸었는데 이를 본 어린 아이가 경찰서에 신고를 한 거예요. 마약으로 밥을 지어 판다고 생각한 때문이지요. 해프닝을 겪으면서 마약밥이 성공할 것이라고 오히려 확신하게 됐습니다.”

처음 마약밥 등 마 음식점을 시작할 때만 해도 주변에선 의아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 ‘마가 음식이 되겠어?’라는 것이 대부분 반응들. 하지만 마가 맛이나 향이 전혀 없다는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 됐다. 스스로의 맛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릴 수 있는 ‘놀라운 식재료’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메뉴마다 재료마다 마와 잘 조합되게 하는 비결은 물론 김씨만의 노하우다. 또 마가 천혜의 건강식이라는 점도 플러스로 작용했다.

지금 본향의 마 요리는 전국적인 요리가 되어가고 있다. 익산을 찾는 많은 방문객들이 꼭 한 번은 들러 맛보는 요리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마 요리가 지역의 역사와 풍속이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점 또한 남다른 점이기도 하다. 때문에 ‘익산에 오면 역사 유적지는 못 가봐도 본향에는 들른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 음식을 통해 지역 문화를 접할 수도 있다는 비유에서다.

본향의 마요리는 여러 경로를 통해서도 우수성과 창작성을 입증받고 있다. 2006년에는 대한민국 우리농산물 요리대전에서 농천진흥청장 대상을 받았고 2007한국음식대전에서는 농림부장관 금상을 수상했다. 또 문화관광부 선정 ‘한국을 대표하는 100대 음식점’으로도 선정됐다.

”융합과 조합을 통해 음식의 새로움은 역사적인 신화가 될 수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를 적절하게 묶어 놓으면 언제든지 고객들이 만족하는 음식 작품이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김씨는 “전 국민에게 도움이 될 마약밥이란 보약이 선조들의 지혜를 다시 재현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며 “전세계를 돌며 마약밥 전시회를 갖는 것이 꿈”이라고 욕심(?)을 표시했다.

■ 메뉴 코스

메뉴 1만원(9품)부터 3만5,000원(22품)까지. 마스테이크 마삼합 등 단품메뉴는 1만~1만5,000원이 대부분.

■ 찾아가는 길

(063)858-1588 익산역에서 택시로 5분 소요. 원광대병원과 익산병원 사이 삼거리.


글ㆍ사진 익산=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