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남산·거리·동대문운동장등 4대 르네상스 프로젝트 윤곽 가시화역사, 전통, 문화, 예술이 숨쉬는 매력도시 목표

'Design is everything.'(디자인이 모든 것이다) 'Design is air.'(디자인은 공기와 같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새로 '디자인'되고 있다. '디자인 서울'을 표방한 민선 4기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가속화하고 있는 메가트렌드다. 지금 서울시는 디자인이 서울의 모든 것을 대변하고, 또한 서울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디자인 행정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2006년 취임사에서 "도시 디자인으로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서울의 브랜드 가치를 키울 것"이라고 청사진을 밝힌 이래 디자인을 핵심 키워드로 새로운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이를 위해 2007년 5월에는 도시 디자인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할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시장 직속기구로 설치, 디자인 행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구체화했다.

서울시가 지향하는 도시 디자인의 비전은 '맑고 매력 있는 세계도시 서울'이라는 슬로건에 함축돼 있다. 창의적 디자인으로 도시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살고 싶어할 만한 일류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청사진도 마련됐다. 가장 핵심적인 사업은 서울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한강과 남산, 그리고 거리의 모습을 새로 뜯어고치는 도심재창조 프로젝트다. 동대문운동장 철거 부지를 '디자인플라자&파크'로 리모델링하는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대부분 사업이 진행 초기 단계지만 일부 사업은 조만간 결과물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수도권 2,000만 시민의 젖줄인 한강은 홍수 방지라는 치수(治水) 목적에 따라 콘크리트 둑을 쌓음으로써 지금껏 서울시민의 삶에서 상당 부분 유리된 채 강북과 강남을 가르는 경계 구실에만 머물러 있었다.

이 같은 오랜 고정관념을 깨고 한강을 도시계획의 중심축으로 삼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 바로 '회복과 창조'라는 기치 아래 2007년부터 2030년까지 진행될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뼈대다.

우선 한강과 인접한 동시에 단절된 현재 부도심의 기능을 한강으로 열린 형태로 확장ㆍ발전시킨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이에 따르면 잠실, 마곡, 용산 등 8개 지구는 수변도시(워터프런트타운)로 개발돼 각종 수상교통수단의 터미널 구실은 물론 상업ㆍ문화ㆍ주거 등 다양한 기능이 복합된 거점도시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2016년까지 국제업무단지가 조성될 용산 지구는 인근 용산역, 용산공원 등과 연계돼 일본 도쿄 롯본기힐스를 훨씬 능가하는 세계적인 비즈니스타운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서울시는 용산 국제업무단지가 완공되면 국내 최대 상권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국제업무기능 활성화와 관광객 증가로 약 67조 원의 경제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강 자연성 회복사업'도 이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체 강변의 87%를 뒤덮고 있는 콘크리트 제방을 모두 걷어내고, 그 자리에 갈대, 물억새 등 수중식물을 심어 한강을 생명이 숨쉬는 물길로 되돌리는 사업이다. 특히 강서습지와 암사동 한강둔치는 야생 동식물과 인간이 함께 하는 대규모 생태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 남산르네상스 프로젝트


서울시민의 지친 삶을 가슴에 끌어안는 남산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그 동안 남산은 시민들의 일상과 지척에 있는 휴식 공간이었지만 정작 남산타워 외에는 볼거리도 없고 산책하기에도 불편한 곳으로 방치돼 왔다. 하지만 남산 르네상스를 통해 남산은 '인간중심의 전통, 문화, 예술이 녹아 있는 아주 특별한 장소'로 거듭나게 된다.

우선 서울시는 남산 산책로와 보행로를 시민들이 쉽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바꿔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명동 세종호텔~숭의여대~남산케이블카~백범광장~힐튼호텔 구간의 '소파길' 차로를 줄여 테마거리로 만들고, '소월길'은 친환경 보행자 중심으로 만들어 한강과 용산공원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남산의 접근성을 대폭 개선한다.

가장 큰 특징은 남산공원을 중심으로 한 일대지역을 '갤러리파크 존'(장충지구), '미디어아트 존'(예장지구), '콘서트 존'(회현지구), '생태 존'(한남지구) 등으로 나눠 구역별로 특색 있게 가꾸면서도 남산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개발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남산 야경(夜景) 업그레이드도 눈에 띈다. 서울시는 이미 남산N타워, 팔각정광장에서 조명을 통한 빛의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팔각정광장 상단에 설치된 프랑스 작가 세드릭 르 보르뉴의 조형물 '빛의 영혼'은 밤 산책을 나온 시민들에게 인기 있는 명물로 자리잡았다. 시는 2009년까지 국내외 디지털 조명예술 작가의 작품들을 추가 설치해 남산의 야경을 더욱 황홀하게 만들 계획이다.

반포 조감도(위), 디자인 서울거리 변경 후 모습(아래)

■ 거리르네상스 프로젝트


서울시는 차들이 쌩쌩 달리는 삭막한 도로 기능만 하는 광화문, 세종로 일대를 '인간 중심의 공간, 역사와 문화체험의 공간, 자연경관 조망의 공간, 보행 네트워크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처럼 이제 서울에도 내년 6월이면 대한민국 수도를 상징하는 대표거리 '광화문 광장'이 등장하게 된다.

광화문 광장은 기존 세종로의 16차로를 10차로로 축소하고 그 중심에 폭 34m, 길이 550m 규모로 조성된다. 광장은 크게 여섯 마당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의미로 시민들에게 선을 뵌다.

먼저 경복궁 앞 130m 구간에는 경복궁의 위엄을 나타내는 월대(月臺ㆍ궁전, 누각 등의 앞에 세워 놓은 섬돌)가 세워지는 등 국가 상징축이 회복된다. 세종로공원 주변 210m 구간에는 조선시대 육조거리를 재현해 역사ㆍ문화체험 공간으로 활용한다.

또한 세종문화회관 앞 130m 구간에는 '한국의 대표광장'이 마련돼 세종대왕 동상이 옮겨오게 된다. 이곳에선 분수를 이용한 워터스크린을 통해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이 재현된다.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문화회관 사이의 구간에는 지하공간을 활용한 시민참여 도시문화 광장이 들어선다. 이 광장은 어두컴컴한 지하공간이 아니라 찬란하고 은은한 햇빛이 들어오는 '선큰 광장'으로 조성된다.

이와 함께 이순신 장군 동상 주변에는 바다 이미지를 담은 거울연못과 바닥분수를 만들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마지막 마당은 청계천과 연결되는 구간에 만들어진다. 경복궁에서 관악산으로 뻗어가는 국가 중심축과 청계천을 따라 형성된 도시 중심축이 교차하는 이 마당은 서울투어의 기점 구실을 하게 된다.

아울러 광화문 광장에서 청계천, 서울광장, 남대문까지 연결되는 남북축 공간 일대에 거대한 '보행자 네트워크'가 마련돼 시민들의 여유로운 산책 및 휴식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서울시는 내년 6월 광화문 광장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면 국가 상징도로로서 민족적 긍지를 드높이는 한편 '서울 1,200만 관광객 유치'의 꿈을 이루는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


82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철거된 동대문운동장 부지 일대에 들어서게 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는 한국 디자인산업의 메카로 자리잡는 동시에 서울 도심활성화의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를 디자인의 랜드마크로 세운다는 원대한 목표 아래 국내외 저명 건축가 8명을 초청해 현상설계 경합까지 벌였다. 그 결과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제시한 작품 '환유의 풍경'이 동대문의 새로운 미래로 선정됐다.

자하 하디드는 동대문의 역사, 문화, 사회, 경제적 의미들을 '환유(換喩)적으로' 통합해 유기적이고 통일감 있는 멋진 디자인을 이끌어냈다는 게 심사위원회의 평가다. 2010년 완공될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에는 디자인정보센터, 디자인전문전시관 등 디자인산업 육성 및 발전을 위한 각종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가 조성되면 한국 디자인산업의 경쟁력은 현재 선진국 대비 80% 수준에서 90% 이상으로 향상되는 한편 국내 디자인산업 매출액도 현재 7조 원에서 15조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추산이다. 또한 관광객 및 방문객 증가 등의 요인 덕택에 동대문상권의 매출액도 연간 10조 원에서 15조 원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서울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가 서울이 '세계 5대 패션도시'와 '세계도시 톱10'으로 도약하는 데 일등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