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TV 시트콤 화려한 무대 연출로 부활

TV 시트콤으로 대인기를 모았던 <안녕, 프란체스카>가 뮤지컬로 부활했다.

순수혈통의 뱀파이어들이 생존의 위기에 몰리면서, 그 대책으로 안드레 교주는 루마니아 성에서 순수혈통의 칸백작과 복합혈통 프란체스카의 정략결혼을 명한다.

그러나 예정된 결혼식날, 칸 백작이 나타나지 않는다. 칸백작이 자신과의 결혼 대신 대한민국에 사는 연인이자 간호사 강수연을 찾아 떠났음을 알게 된 뱀파이어 프란체스카는 자존심이 구겨진 채 분노하며 일단의 무리를 이끌고 칸 백작을 뒤쫓아 한국 사회로 잠입한다. 지하철 2호선에 몸을 싣지만 일행 중 하나인 뱀파이어 엘리자베스의 남자 성희롱으로 철창신세를 지는 등 점점 처지가 망가진다.

그 가운데 실직자인 순수남인 인간 두일과 프란체스카는 운명적 만남을 갖는다. 뱀파이어들의 강요로 두일은 그들의 임시거처를 위해 스님이 된 아버지 법력의 사찰로 이들을 안내한다.

칸 백작의 동생 켠은 초코파이의 맛에 빠져 매일 헌혈차를 찾던 중 간호사 강수연과 친해지지만 그녀가 형의 연인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어떻게든 한국 사회에 적응하며 칸 백작을 추적하는 프란체스카 일당의 압박 속에 두일은 지하철내 행상으로 나서는 등 고초를 치른다.

한편 강수연의 오빠, 강력계 형사 강철중이 피살자의 신체에 남겨진 도끼자국을 보고 연쇄살인 사건의 핵심 용의자로 프란체스카를 지목, 증거를 잡기위해 프란체스카의 뒤를 몰래 쫓아다닌다.

뮤지컬 <안녕, 프란체스카>가 국립중앙박물관내 극장 ‘용’에서 펼쳐지고 있다. TV에서 얻은 열광과 인기를 입증하듯 이 작품 역시 주말이면 거의 만석에 가까운 관람률을 기록하고 있다.

TV용 <안녕, 프란체스카>가 개인기 뛰어난 캐릭터 중심의 인기작이었다면, 뮤지컬 버전으로 변환한 이번 공연은 ‘뮤지컬적인 뮤지컬’로서의 매력이 단연 앞선다. 가상의 세계와 현실을 오가는 화려한 무대 연출이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웅장하게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교과서적인 음악 구성을 탈피, 폭넓은 음역을 오르내리며 펼쳐지는 아름답고 힘찬 음악과 노래들이 환상적이다

. 무대 미술 또한 상상과 현실 세계를 불문하고 아름다운 미술적 요소들을 다양하게 변용해 화려한 시선을 받는다. 잘 짜인, 빈틈없는 안무와 의상, 조명 등 뮤지컬에서 기대할 수 있는 대부분의 요소들이 거의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그야말로 ‘스펙터클’한 무대다. 스토리 설정 자체도 엽기발랄. 얼토당토않은 만화와 같은 인물들이 얽히고 ?鰕榻?상황들로 흥미진진한 기대감을 부른다.

문희 작, 민복기 연출의 이 공연은 음악감독 구소영의 말대로 ‘음악적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생뚱맞고도 엉뚱하며 신선한 음악들의 향연’이자 무대디자인 박성민의 말대로 ‘관객들을 극 속으로 빠져들게 하기 위해 요소요소의 무대세트와 조명에 많은 공을 들인’ 그대로의 멋진 무대다.

출연진으로도 프란체스카 역의 최정원을 필두로 정호근, 김태형, 양희성, 조영경, 채동하, 이진규 등 연기력과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대거 등장, 무대에 역동성을 불어넣는다. 매우 웅장하고 시원한 무대 연출의 창작뮤지컬이다.

다만, 과거 시트콤 드라마에서의 프란체스카를 기대하고 찾아든 관객들이라면 다소 이견이 있을만하다. 탁월한 연출과 개성있는 캐릭터와 내용 설정,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와 대사 자체의 재미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한마디로 코믹과 정극의 중간지대에 선 느낌이다. 원작이 가진 흥행적 요소들을 감안하면 적잖이 아까운 손실이다. 10월 26일까지 공연은 이어진다.


정영주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