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력서', 채용정보 보상금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수

취업사이트 업계에 매우 독특한 시스템을 무기로 내세운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했다. 7월1일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잡토스’(www.jobtoss.co.kr)가 주인공이다.

현재 국내 취업사이트는 대부분 선불제를 채택하고 있다. 구인업체가 채용 광고를 올리려면 무조건 비용부터 내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잡토스는 국내 최초로 후불제 취업사이트를 표방한다. 후불제란 구인업체가 실제 인력을 채용한 뒤에 광고 비용 등을 지불하는 방식을 뜻한다.

후불제의 최대 장점은 구인업체의 불필요한 지출을 덜어준다는 점이다. 취업사이트를 통해 구인에 나서는 업체들의 상당수는 중소기업이다. 특히 인력 이동이 비교적 잦은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에 시달리기 일쑤다. 그런데 취업사이트를 이용하더라도 정작 원하는 인재는 못 구한 채 돈만 날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점에서 후불제 취업사이트의 등장은 무척 반가운 소식인 셈이다.

방경석(44) 잡토스 대표를 만나 국내 취업사이트 시장 현황과 함께 잡토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용보험 통계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올 4월 현재 48만여 명이 고용보험을 신규 취득했고, 41만여 명이 상실했습니다. 즉 한 달 동안 새로 직장을 얻은 사람(신입 및 경력)과 직장을 잃은 사람을 합쳐 약 90만 명의 인력이동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에 구인 및 구직 시장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국내 취업사이트는 약 300여 개에 이를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후발주자로 출사표를 던진 방 대표는 앞날을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그 일차적 근거는 바로 구인ㆍ구직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다.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어 승부를 걸 수 있는 활동 공간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잡토스는 기존 취업사이트와 차별적인 서비스를 내걸었기 때문에 승산도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취업사이트 시장의 규모는 대략 3,000억~4,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상위 업체의 연 매출은 수백억 원대에 이른다. 더욱이 전체 취업사이트 방문자 숫자는 월간 기준으로 약 800만 명으로 추정될 만큼 수요가 엄청나다.

잡토스는 이 수많은 구직자들에게도 귀가 솔깃한 제안을 한다. ‘비밀이력서’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비밀이력서는 말 그대로 구직자의 이름이나 연락처 등 주요 정보를 면접 성사 단계까지는 비밀로 하는 방식을 뜻한다.

기존 취업사이트는 구인업체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모든 구직자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구직자 입장에서는 자신을 널리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되지만 반대로 자신의 정보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는 단점도 된다. 특히 현재 직장에 다니면서 다른 직장으로 이직을 시도하는 경우에는 보안 유지가 안 된다.

“예전에 다른 회사를 운영할 때의 일입니다. 새로 인재를 뽑으려고 취업사이트에서 구직자 정보를 열람하다 보니 저희 회사 직원 몇 명이 구직 등록을 해놓은 게 눈에 띄지 뭡니까. 참 당혹스럽더군요. 저는 해당 직원들을 불러 이직 희망 사유를 묻는 등 다독이기도 했지만 그 직원들은 아마 굉장히 난처했을 겁니다.”

방 대표가 비밀이력서 서비스의 도입 배경을 설명하면서 언급한 에피소드다. 비밀이력서는 구직자와 구인업체를 은밀하게 연결해 채용을 성사시키는 헤드헌팅 업체의 방식을 접목한 서비스다. 이를테면 온라인 취업사이트와 오프라인 헤드헌팅 업체의 장점을 섞은 ‘하이브리드’ 사업모델인 셈이다.

잡토스는 후불제, 비밀이력서 외에도 또 다른 카드를 갖고 있다. 사이트 명칭으로 쓰고 있기도 한 이른바 ‘잡토스’다. 잡토스(job toss)는 영어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채용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어떤 구직자가 채용 정보를 접했지만 자신보다는 주변 지인에게 더 적합한 일자리라고 판단해 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방 대표는 “사업 시작 전에 설문조사를 해봤는데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채용 정보를 지인에게 전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며 “이는 구인ㆍ구직 시장에서 정보 전달이 갖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물론 기존 취업사이트에서도 채용 정보를 전달하는 활동은 이뤄진다. 하지만 잡토스가 차별성을 갖는 대목은 정보 전달자에게 보상(toss fee)을 준다는 점이다. 즉 어떤 개인 회원이 잡토스 시스템에 등록한 구인업체의 채용 정보를 지인에게 알려줘 채용이 성사되면 구인업체가 미리 설정해둔 보상 금액의 70%를 그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잡토스 시스템은 구직자뿐 아니라 구직자 주변 사람들도 채용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 구인업체의 채용 정보가 가장 적합한 인재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고안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방 대표는 “잡토스는 참여, 개방, 공유라는 웹 2.0의 정신을 취업사이트에 구현한 것”이라며 “채용 과정에 기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상을 체계화함으로써 보다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기존 취업사이트에서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건 잡토스가 과연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그 행보의 귀추가 주목된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