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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컨설턴트 정순원씨 "개인의 '창조적 이탈'은 미래 경쟁력"
'세너지' 저자… 지식정보사회 이끄는 원동력은 셀프리더십 갖춘 '세너지형 인간'
개인의 힘 존중하는 조직·사회에서만 진정한 시너지도 가능해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사진=임재범 기자



시너지(synergy). 본디 공동 작용, 협력 작용 등을 뜻하는 영어 낱말이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말처럼 익숙해진 외래어다. 시너지는 각자 힘을 쓰는 것보다 함께 힘을 뭉쳤을 때 더 큰 힘이 나오는 상태를 의미한다. 흔히 1+1이 2 이상의 효과를 낸다는 뜻의 ‘시너지 효과’(상승효과)라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된다.

시너지는 일종의 ‘절대선’(絶對善)처럼 받아들여지는 개념이다. 아무도 시너지의 긍정성을 부인하려 들지 않는다. 서로 힘을 합치면 더 낫다는 것은 인류의 뇌리에 오랜 세월 각인되어 온 경험법칙이기도 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우리 속담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시너지 신화의 전복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 최근 출간된 <세너지>(마젤란 발행)의 저자 정순원 씨가 장본인이다. 그는 책에서 이제 시너지의 시대는 가고 ‘세너지’(senergy)의 시대가 왔음을 선언한다.

세너지는 영어 단어 separate(분리된)와 energy(힘)의 합성어로, 분리를 통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상태를 뜻한다. syn(함께)과 energy(힘)의 합성어인 시너지와는 확연한 대척점에 서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세너지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선뜻 와 닿지 않는다. 어떻게 따로 노는데 큰 힘을 낼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일 것이다.

세너지는 정 씨가 만들어낸 신조어다. 그는 도대체 이 새로운 개념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우리 사회는 유교적 가치관이 오랫동안 내려온 데다 권위주의적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수직적 문화가 공고히 자리잡았습니다. 수직적 문화에서는 집단이라는 이름으로, 시너지라는 명분으로 개인의 창의성이나 능력이 무시되기 일쑤지요. 이런 풍토에서는 개인들 역시 조직이나 집단이 만들어 놓은 질서 속에 안주하기 십상입니다. 세너지는 바로 그런 상태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창조적 헤어짐’이라고 할 수 있죠.”

시너지는 개체와 개체의 ‘결합’을 전제로 한다. 과거 농경사회, 산업사회에서는 구성원간의 결합이 분명한 효용과 가치를 지녔다. 보다 많은 생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의 협력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지식과 정보, 속도가 사회적 생산력의 척도가 되는 오늘날 지식정보사회에서 개인보다 조직의 목표를 앞세우는 종래의 인적(人的) 결합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정 씨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지식정보사회 자체가 바로 개인의 시대, 즉 개개인의 창의성이 중요시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시대가 왔다는 징후는 이미 뚜렷하다. 온라인 공간에서 1인 미디어, UCC(사용자제작콘텐츠) 등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창의적 네티즌들이 단적인 증거다.

“월드컵이 개최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이후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서 광범위한 ‘개인화’가 이뤄져 왔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네티즌들은 과거 시너지 시대의 개인처럼 주어진 대로 수동적으로 살지 않습니다. 이들은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창의적인 개인들이지요.”

세너지는 개인의 힘을 재발견하고, 자각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내가 나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것’(셀프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가 속한 조직, 집단을 의식하는 ‘환경지향적’ 개인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소리와 욕구에 귀 기울이는 ‘자기지향적’ 개인이 바로 세너지형 인간이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지는 2006년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이제 오늘의 역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더 이상 소수의 파워엘리트가 아닌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개인임을 주목한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가. ‘당신’은 세너지형 인간인가.

“세너지형 인간은 곧 ‘나’(자아 혹은 내면)를 찾는 데서 출발합니다. 이 개념을 받아들이는 순간, 당장 내일부터 삶이 달라질 것입니다. 역동적이고 윤택한 모습으로.”

정 씨는 세너지형 인간의 표상으로 여행가 한비야, 가수 서태지 등 몇 명의 친숙한 인물을 예로 들었다. 한비야는 서른다섯의 나이에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세계 오지로 떠났다. 자아를 찾아 익숙한 울타리를 박차고 나간 그녀는 모두가 칭송하는 ‘바람의 딸’로 돌아왔다. 주어진 안정을 버리고 스스로 위험을 선택한 그녀가 얻은 것은 바로 진정한 자유였다.

서태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태지는 고등학교 자퇴 후 록그룹에서 활동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결성하면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활짝 열었다. 그는 기성 가요계의 문법을 떠나 현실의 부조리를 비판했으며, 기획사와 방송매체가 구축한 흥행 시스템에서 한 발짝 떨어져 독자적인 스타일을 견지했다. 그의 성공은 상당 부분 ‘창조적 이탈’에서 비롯했던 셈이다.

세너지형 인간은 단지 자아발견과 자기계발을 통한 개인적 성취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비야, 서태지의 사례는 세너지형 인간이 대중에게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중요한 포인트가 숨어 있다. 즉 세너지는 시너지와 동전의 양면 관계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세너지형 개인이 많은 조직(혹은 집단, 사회 등)일수록 진정한 의미의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요즘 일류 기업들이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세너지와 시너지가 대칭적인 개념 같지만, 사실 둘은 본질적으로 다른 게 아닙니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시너지 개념 속에 세너지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점이지요.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진정한 시너지는 각각의 세너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세너지는 개인적 선택을 넘어 환경적 문제로 전환된다. ‘모 나면 정 맞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개인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시너지로 돌아가보자. 시너지는 ‘1+1>2’의 상태를 뜻한다고 했다. 이 공식이 성립하려면 ‘개인이 잘나야 전체가 잘된다’는 세너지의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 저자 정순원 씨는…

<세너지> 저자 정순원 씨는 대학에서 음악을,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음반기획, 생활문화 잡지 발간, 광고홍보 대행사 운영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가졌다. 현재는 기업 컨설턴트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지금 당장 넥타이를 잘라라>, <담배 피우는 여자 VS 우는 남자>, <마흔, 클라이맥스를 살아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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