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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탐구] 장진영

보이시한 이미지에서 풍기는 섹시미, 영화계 대표배우로





영화 주간지 기자로 일할 때였다. 그 주의 커버 스토리 주인공을 누구로 할 것인지 회의를 하는데 누군가가 당시 <소름>이라는 영화를 찍고 있는 ‘장진영’이라는 배우를 추천했다. 그 때만 해도 장진영이라는 이름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낯설었고 아직 그럴싸한 대표작 하나 없는 여배우가 과연 영화 전문지의 주인공으로 적격한지 약간의 실랑이가 오고 갔다.

얼마간의 옥신각신 끝에 결국 그녀를 지지하는 일부 기자들의 혜안을 믿어보기로 하고 그 주 장진영은 커버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웬걸, 장진영이 표지로 실린 그 주의 잡지가 가판대에 걸리자마자 편집실로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는데 그의 연락처를 묻는 광고주를 비롯한 타 잡지사 기자들, 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의 한결같은 의견은 “못 보던 얼굴인데 참 인상적이어서요….” 물론 그 주의 잡지는 불티나게 팔렸다.


<소름>이후 다양한 장르 섭렵



불과 2년 전의 일인데 그 사이 장진영은 한국영화를 이끄는 대표 여배우 리스트에 우선 순위로 올라섰다. 또한 영화는 물론 패션, 리빙 잡지에서까지 선호하는 캐스팅 0순위의 모델이 됐다. 괄목상대할만한 발전이다.

“인생의 소중한 순간이면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한석규와 석양의 노을이 물든 이국적 도시를 바라볼 때만해도 그는 예쁘지만 평범한 보통의 CF 모델이었다. <자귀모> <반칙왕> <싸이렌> 등의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그다지 대중들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열에 들떠 치기만 가득해 감독의 의도와 자신의 연기가 맞지 않았던 작품들’이었다.

무명의 그를 일순간에 대중적인 스타로 만든 것은 윤종찬 감독의 <소름>이다. 자식을 잃고 쇄골이 앙상한 채 줄담배만 피워대는 선영의 연기는 참혹하게 망가진 인간의 내면 심리를 제대로 묘사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그 해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수상 후에도 감격이 가시질 않아 리셉션장에서 끊임없이 울어 안성기를 비롯한 대선배 연기자들이 “이런 배우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소름>이 공포 영화인지라 촬영기간 내내 음울하고 어두웠다면 그 후에 바로 들어간 <오버 더 레인보우>는 장진영에게 달콤한 꿀물, 비타민 같은 영화였다. 대학 동아리 동기이자 기상 캐스터인 이정재의 첫사랑을 함께 찾는 연희 역으로 풋풋한 장진영의 매력이 제대로 발휘됐다.

영화를 함께 찍은 이정재는 “어찌나 보이시한지 개봉되기 전에 러쉬 필름을 보는데 저보다 더 남자같더라구요. 특별히 예쁘게 보일려고 애쓰지도 않고 목소리도 중저음이고…. 그게 진영씨의 매력인 것 같아요. 섹시하면서도 귀엽잖아요.”

그 뒤에도 장진영의 스크린 점령은 계속된다. 5㎏이나 감량하며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희재를 연기한 <국화꽃 향기>, 생일날 남자친구에게 버림 받는 스물아홉살의 나난을 연기한 <싱글즈>까지 멜로, 코미디, 공포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연기력을 인정받는다.


얼떨결에 시작한 연기





처음부터 배우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전공해 음대를 갈 생각이었는데 고3때 문득 패션에 관심이 생겨 의상학과를 지원했다. 그 길로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걷나 싶었는데 우연찮게 참가한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충남 진으로 당선돼 CF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하게 된다.

연기만을 추종하며 한결같이 배우의 꿈을 키워온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장진영은 정말 얼떨결에 연기를 하게 됐고, 또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 열심히 하고 있는 케이스다.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다는 콤플렉스는 없어요. 의식적으로 배운다고 느는 것도 아니잖아요. 솔직해지려고 해요. 제가 인물에 몰입하는 만큼 관객들도 진정성을 얻을 거라고 믿거든요.”

일단 주어진 역할은 혼신의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지만 작품을 선택하기까지는 심사숙고를 반복한다. 얼마나 화면에 자주 얼굴을 비치느냐 보다는 여성으로서의 자아 정체성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는지를 먼저 살핀다.

실제로 지금까지 그가 연기한 <반칙왕>에서의 무뚝뚝한 레슬링 프로모터, <소름>에서의 매맞는 아내, <싱글즈>의 독신녀 등을 보면 예쁜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남자의 도움없이 제 힘으로 당당히 현실을 개척하는 강한 여성들이다. 자기 주장 분명하고 독립적인 장진영의 실제 성격과도 맞물리는 부분이다.

남편에게 시시콜콜 잔소리를 해댈 것 같지 않아서인지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20대 남성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신부감으로 뽑히기도 했다. 발랄하면서도 차분하고 따뜻하면서도 서늘한 이미지는 남녀노소에게 호감을 살만하다. 한 1년 째 솔로로 지내다가 최근 2년 연상의 의사와 열애중인 것으로 밝혀져 스포츠 신문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는데 정작 본인은 ‘좋은 만남’이니 필요 이상의 관심은 부담스럽다며 담담해 한다.

조만간 <청연>이라는 영화에서 또 다른 장진영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1920년대를 풍미한 한국 최초의 여성 파일럿 박경원의 생애를 다룬 휴머니즘 영화로 청연은 박경원이 마지막 순간에 타는 비행기 이름이다. <소름>의 윤종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라 두말 하지않고 바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박경원 역시 실존했던 너무나 주체적인 여성이에요. 일과 사랑 모두를 놓치지 않으려는 맹렬 여성이죠. 안정된 편안한 길을 마다하고 꿈을 좇아 자유로이 비상한 그녀의 일대기, 너무 멋지지 않나요?” 장르의 경계를 춤추듯 넘나들며 연기의 영토를 넓혀가는 유목민 같은 배우 장진영. 진실한 연기를 향한 그녀의 싱싱한 전투 의지가 세월 속에 마모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 김미영 자유기고가 minj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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