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종로 1가 '로타리 소곱창' 김치찌개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밥과 김치다. 매일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물리지 않는 메뉴는 아마도 된장찌개와 김치찌개일 것이다. 요즘 같이 찬바람이 불어댈 때면 얼큰한 김치찌개를 찾는 이가 많아진다. 불 위에 올려 보글보글 끓여가며 먹다 보면 웅크렸던 어깨는 어느새 풀리고 이마에, 콧등에 땀방울이 맺힌다. 이렇게 김치찌개에 밥 한 그릇 비우고 식당 밖으로 나오면 몸이 한껏 훈훈해져 찬바람도 그저 시원하게 느껴진다.

김치찌개 한 가지 메뉴로 점심 손님을 모두 해치우는 곳이 있다. 종로1가 로타리소곱창 집이 바로 그 주인공. “식당 이름이 소곱창인데 웬 김치찌개?”하고 의아해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점심시간에는 대부분 식사를 하기 위한 손님으로 김치찌개를 먹고, 저녁이면 소주 한 잔을 곁들여 지글거리는 불판 위에 소곱창, 양곱창을 굽는다.

김치찌개는 국물 맛이 일품이다. 그다지 맵지 않으면서도 속을 확 풀리게 하는 개운함이 있다. 그냥 잡히는 대로 숭숭 썰어 비계가 큼직하게 붙어 있는 돼지고기에 잘 익은 김치, 보들보들한 두부, 그리고 양념이 전부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 같지도 않은데 깊은 맛을 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매일 같이 식당 앞으로 긴 줄을 서게 만드는 이 집 고유의 비법이리라.

국물 다음은 찌개에 들어간 김치 맛이다. 김치가 맛있어야 제대로 된 찌개를 끓일 수 있다는 것은 기본 상식. 양념만으로 국물 맛을 낼 수는 없다.

고기와 김치, 두부, 채소, 양념 등 모든 재료가 잘 어울려야 한다. 찌개 속에 들어간 김치를 밥 위에 얹어 먹으면 사각사각하면서도 잘 익은 김치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칠맛이 그만이다. 돼지고기는 목살 부위로 쓰는데 얼리지 않은 것을 써야 육수가 국물에 배어들고 고기도 부드럽고 쫄깃하다.

또 다른 감동은 돌솥밥에 있다. 5,000원짜리 김치찌개에 곁들여 나오는 밥이 그냥 공기밥이 아니라 금방 지은 돌솥밥이다. 식당을 들어오다 왼편에 있는 주방을 보면 수십 개의 돌솥이 불 위에 올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점심시간 내내 그 불 위에서 돌솥밥이 맛있게 지어지고 있는 것이다.

라면 사리를 넣어 먹는 손님이면 라면을 먼저 건져 먹을 동안 뜸이 들도록 약간 뜸이 덜 든 밥을 가져와 조금 있다가 먹으라고 친절한 안내까지 덧붙인다. 사리 없이 먹는 경우에는 밥을 바로 먹을 수 있게 뜸이 제대로 든 것을 내놓는 것은 물론이다.

검은 콩 몇 알을 얹은 밥은 윤기가 돌고 유난히 밥맛이 좋다. 찌개보다 밥 맛 때문에 자주 온다는 손님들도 제법 있다고. 밥을 그릇에 옮겨 담고 물을 부어 뚜껑을 덮어두면 식사가 끝날 무렵 구수한 숭늉이 만들어진다. 얼큰한 국물을 먹어 놀란 위를 부드러운 숭늉으로 어루만져 주는 듯한 느낌이다.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숭늉을 다 먹지 못하고 나올 때면 괜히 아쉬움이 남곤 한다. 줄을 서지 않으려면 11시 40분쯤 도착해야 자리가 있다. 오히려 식사시간보다 30분쯤 늦게 가면 식사를 끝내고 나갈 시간이라 느긋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숭늉도 끝까지 먹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메뉴 : 김치찌개 5,000원 라면 사리 1,000원. 02-720-6424


찾아가기 : 종로1가 농협과 세중약국 사잇길. 오른쪽 세번째 골목으로 꺾어지면 바로 왼편에 로타리소곱창 집이 있다. 골목이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근처의 골목을 헤매기 쉬운데 청진옥 해장국 바로 옆골목이라고 생각하면 찾기 쉽다.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3-11-04 15:32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