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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프레소] 재즈 만화 낸 남무성




남무성(36), 그는 단일한 이미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재즈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둔갑술을 마음대로 구사하기 때문이다. ‘재즈로 구현된 포스트모더니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먼저, 재즈 잡지를 두개나 만들었으니 일단은 출판 기획자라는 반열에 올릴 수 있다. 재즈 칼럼니스트로서의 일이나 재즈 공연 기획 업무 등은 그에 따른 과외의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 이것 저것 일단 접어 두더니 재즈 음반사 하나를 차렸다. 그것까지도 동류의 일로 볼 수 있다 치자. 그리고 한동안 소식이 없더니 별난 책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이번에는 재즈 만화책이다. ‘Jazz It Up’(폴리미디어 刊).

매장에 첫 선을 보이고 4주째로 접어 든 11월 첫 주 현재, 교보ㆍ영풍 문고 등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분야에서 별 5개를 내줘 본 적 없다. 더러는 1위까지 기록했다. 영화나 대중 음악 등 거의 산업이라 해야 할 분야에 비하면 주변부라 해야 할 재즈의 이름을 달고 저 정도의 성적을 거둔다는 데에는 본인도 놀랄 정도다. 그런데 제목은 무슨 뜻일까?

원래는, 재즈라는 말이 생겨나던 1910년대 뉴올리언스의 술집에 떠돌던 말이다. (당시는 ‘jazz’가 아니라 ‘jass’ 또는 ‘jasz’로 표기했다고 재즈사는 기록한다.) 술을 마시며 초창기 재즈 밴드의 연주를 듣던 손님들이 흥이 올라 “야, 끝내 준다!”는 정도의 뜻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그 말은 책 제목으로 끄집어 내고 보니 입에 착착 달라 붙는다. 재즈에 청춘을 맡긴 남무성의 감각이다.

“완전히 잠수 타서 지은 책이예요.” 2002년 5월부터 2003년 7월까지, 논현동의 7평 짜리 원룸에 틀어 박혀 지낸 결과다. 집필을 위해서 뭣보다 우선, 좋아 하는 술을 끊을 요량으로 유선 전화는 물론 휴대폰을 끊었다. 파지를 수도 없이 내가며 끙끙대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곰돌이(애견)와 가끔 식사값 받으러 오는 사람뿐이었다.

출판사측이 그 같은 칩거의 결과물인 완제품(책)을 신문사에 배포하자, 참신한 내용에 몰려드는 인터뷰 요청건은 인터넷을 통해 그에게 통고됐다.

무엇보다, 이 책은 술술 잘 읽힌다는 점에서 책으로서의 기본적 소임을 충실히 해 낸다는 사실이 우선 지적돼야 한다. 모달 재즈(modal jazzㆍ선법(旋法) 재즈) 등 음악적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나타나면 빠트리지 않고 재치 있는 주를 달아 둔다. 어떻게 보면 기인열전이라 할 수도 있을 재즈맨들의 이야기를 재미와 내용 모두에서 충실을 기한, 보기 힘든 재즈사 서적이 됐다.

18세기말 이상한 음악이 미국 남부에서 태동한 이래 1993년 디지 길레스피가 세상을 뜰 때까지, 재즈의 이름 아래 벌어졌던 일들이 그의 입심에 고스란히 농축돼 있음을 본다. 여기서 입심이라 함은 글과 그림, 모두를 일컫는다. 먼저 건국대 시각대자인과에서, 이어 보다 본격적인 공부를 위해 홍익대 같은 과에서 수학한 실력이 톡톡히 빛을 본 셈이다.

재즈가 한국의 일상속으로 착근하던 1997년, 그는 최초의 재즈 전문 잡지 ‘몽크뭉크’의 편집장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이어 99년까지는 역시 재즈 전문지 ‘두밥’이란 잡지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재즈에 대해 진정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오래 전부터 쌓아 온 그림 실력도 썩힐 수 없었다. ‘마일즈’ 등 한국과 일본의 재즈 도서는 물론, 인터넷상의 재즈 관련 도메인을 헤집고 다녔다.

국내 최초의 재즈 만화책을 내 놓고 보니 여기저기서 격려가 쇄도했다. 이왕 내친 걸음이다. 다음 작품속으로, 그는 이미 상당 부분 들어가 있다.

이번 작품이 극화였다면, 구상중인 책은 스틸 컷 모음집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소니 롤린스와 마일즈 데이비스가 이야기 하는 장면이나 트럼페터 클리포드 브라운의 마지막 공연 장면 같은 것들을 40호짜리 채색화로 그리고 있어요.” ‘재즈 이메지네이션 북’ 정도로 이름을 생각해 두고 있는 차기작이 완성된다면 세계적으로 찾기 드문 재즈책이 될 전망이다.

‘Jazz It Up’은 11월 중순께 2쇄에 들어 간다. 1만부는 팔렸다는 뜻이다. 하여간, 그의 논현동 탈출 작전은 접어 둘 수밖에 없게 됐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작업에 들어 가 버린 게 탓이라면 탓이다.



장병욱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 2003-11-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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