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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탐구] 김민종

상처속에 핀 카리스마 "망가지면 세상이 보여요"
부끄러운 '영화배우' 타이틀, <낭만자객>을 일거에 만회






스타들의 ‘망가지기’ 경쟁 시대가 도래한 듯 하다. 그러나 망가지고 싶어도 절대 망가지지 않는 배우들이 있다. 눈빛이 강한 배우들이 그들인데, 김민종 장동건이 그런 류이다.

김민종과 장동건이 강렬한 눈빛으로 우리를 쏘아보며 “영구, 없~다”를 외치는 걸 상상해보라. 웃기보다는 “알았어요, 다음에 올께요…”하며 뒷걸음질 칠 것 같다. 만능 엔터테이너 김민종이 특유의 강한 눈빛을 걷어내고 영화 <낭만자객>에서 확실히 망가졌는데 과연 그의 변신은 성공할까?

탤런트, 가수로 화려한 명성을 누렸지만 유독 ‘영화배우’라는 타이틀은 그에게 녹록히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데뷔 15년차로 23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를 대신하는 대표작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충무로에서 굿이라도 한판 해야 하는지 1989년 데뷔작 <내 사랑 돈키호테>에서는 박중훈, 최재성 같은 선배들의 연기력에 가려져 숨도 제대로 못 쉬었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에서는 갑작스레 김보성에게 주인공 자리를 빼앗겼다.

그 뒤에도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너에게로 또 다시> 등 하이틴 영화에 빠지지 않고 얼굴을 비쳤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심심했다. 그저 얼굴 반반한 배우가 꾸준히 출연하네 정도였으니.


영화와 인연 안닿아 상처



그때까지만 해도 그가 이토록 오래 연예계에서 그리고 영화바닥에서 지지고 볶는 배우가 될 줄은 몰랐다.

“영화랑 저랑은 인연이 아닌가 라는 생각에 혼자 단골 포장마차에서 밤새 술 마시기도 했어요.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난 안되나 싶기도 하고…. 처음엔 창피하기도 하고 그랬죠. 근데 이젠 뭐 다 드러내놓고 고민하고 상처 받아요.” 얼마 전 김정은과 출연한 <나비> 역시 흥행에 참패하자 김민종은 다시는 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깜짝 선언을 한 바 있다.

그간의 마음 고생이 전해지는 발언이라 누구 하나 용감히 말리지는 못했는데 딱 한 사람 <두사부일체> <색즉시공>을 만든 윤제균 감독만이 영화에 상처받은 얼음장 같은 김민종의 가슴을 녹였다. 그리고 의기투합해 만든 것이 <낭만자객>이다.

조선시대의 얼빵한 자객단이 처녀귀신 한풀이에 나서는 이 영화에서 김민종이 맡은 역은 자객의 식사 당번인 ‘요이’역. 불어야 할 독침을 들이마셔 쓰러지고, 개밥을 퍼먹을 만큼 순진한, 자객 아닌 자객으로 최성국과 요절복통 웃음을 선사한다.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각양각색이지만 어쨌든 그 큰 눈망울을 게슴츠레 뜨고, 나사 하나 풀린 듯한 연기를 천연덕스레 펼치는 그는 예전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이번 영화에 대한 부담감이 크긴 컸나 봐요. 일주일은 밤에 잠도 안 오더라고요. 그래도 최선을 다한 작품이라 후회는 없어요. 덕분에 성국씨랑도 친해졌구요.” 하긴, 망가진 것으로 따져 이번 영화만큼 김민종 스타일 구기기는 없다.

최성국과 남자끼리 키스는 물론 막판 청군과의 대결에서는 아랫도리까지 벗었다. 그가 평상시에 입버릇처럼 내뱉는 ‘코믹 속의 카리스마’를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영화에서는 찬 바람을 쐬고 있지만 탤런트, 가수로서의 김민종은 여전히 인기만발이다. 드라마 <머나먼 나라> <수호천사> <미스터 Q> <비밀> 등은 꽤 많은 인기를 모았고 최근 출연중인 <진주 목걸이>에서는 가난한 집안의 뮤지컬 감독으로 분해 부드러운 남자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과시하고 있다. 히트곡도 많다.

1992년 가수로 데뷔해 지금까지 7장의 앨범을 냈는데 <또 다른 만남을 위해> <하늘 아래서> <너만을 느끼며> <귀천도애> 등은 지금도 노래방 인기 순위 곡들이다. 일년 버티기도 힘들다는 가요계에서 결코 첨단이라고 말할 수 없는 록 발라드로 전업가수가 아니면서도 10년 이상 장수하고 있다.


뜨거운 가슴의 의리파



연예계의 소문난 의리파이기도 하다. 그가 걸어온 길은 ‘사람’과 ‘의리’로 압축되는데 그 때문인지 그의 곁엔 10년 이상 된 오랜 친구들이 많다. 때론 ‘그놈’의 의리 때문에 손해보고 기우뚱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에게 있어서 한번 맺은 인연은 상대방이 배신하지 않는 한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

“저는 그냥 한번 좋으면 쭉 가요.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구요. 이리저리 머리 굴리고 계산하고 그러는 건 정말 못해요. 솔직히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도 사람 때문에 출연 도장을 찍은 경우도 많아요. 냉정할 땐 냉정해야 하는데…. 배우로서 장점이자 단점이죠.” 과거의 연인 이승연에 대한 생각도 담백하다.

“지금도 가끔씩 통화는 해요. 제 결혼식 때 하객으로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기 전에 소개팅이나 먼저 해달라고 했어요. 저도 이젠 외롭네요.(웃음)”

다소 예민하고 까다로워 보이는 외모와 달리 실제 성격은 털털하고 잘 웃는 편이다. 술자리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사우나 마니아가 됐다. 땀을 한번 빼고 나면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아 자주 이용한다고.

운동은 스키를 즐긴다. 본격적인 스키 시즌이라 즐겁긴 한데 쉴 틈이 영 나질 않는다. 재산목록 1호인 卍자 목걸이가 증명하듯 절에도 빠지지 않고 다닌다. 공기 좋은 산사를 찾는 일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10대 소녀의 환호성을 먹고 자라던 청춘 스타가 어느덧 영화배우로 탤런트로 가수로 성장해 한국 연예계에 붙박이하고 있다. 시간의 무게를 견디며 여러모로 견고해진 김민종, 특히 그가 영화로 성공하는 모습은 꼭 보고 싶다. 아마 그날, 그와 어깨동무하며 술독에 빠지는 사람 여러 있겠지만 말이다.



김미영 자유기고가 kimkija77@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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