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의 취임식 패션권력의 붉은 타이, 희망의 노란 드레스… "평소 입던 대로"검소 코드로 통일

그는 왜 평소 즐겨 하던 푸른 넥타이를 버리고 붉은 타이를 택했을까? 그녀의 화사한 금빛 드레스는 미국의 경제 회복을 의미할까? 모든 것이 치밀한 전략 하에 이루어지는 한 편의 드라마이자 이미지 메이킹의 최전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장. 지금부터 숨은 그림을 찾아보자.

안전이냐? 파격이냐?

오바마는 안전을 택했다. 지난 20일 (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버락 오바마와 그 부인은 경제 위기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미국 시민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패션 코드를 결정했다. 특히 더 고민이 심했을 미셸 오바마에게 대통령은 이런 말로 달랬을 지도 모른다. "여보, 그날은 안전하게 입자구. 끝나고 사주면 되잖아"

빨간 타이는 힘의 상징?

부부 모두 유명 디자이너의 옷은 일부러 고사하고 '입던 대로' 입은 것에 눈길이 간다. 오바마는 대선 내내 입었던 하트 샤프 막스너에서 블랙 수트를 맞췄다.

하트 샤프 막스너 수트의 가격대는 한국 돈으로 대략 130만원에서 170만원 대. 싱글 버튼에 블랙 수트, 거기다가 화이트 셔츠라니… 재미 없는 선택이라고 야유하는 사람도 있지만 막상 그가 몇 천만원대의 디자이너 수트를 입고 나타났다면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보기도 전에 '국민 밉상'으로 등극했을 지 모를 일이다.

대신 그는 타이를 통해 말하고 싶어했다. Y 매듭으로 단정하게 맨 붉은 색의 도트 무늬 타이는 그의 피부색과도 잘 어울리면서 강렬한 이미지를 발산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킹을 맡고 있는 퍼스널 이미지 연구소의 강진주 소장은 "붉은 타이는 대통령의 타이"라며 "평소에 맸던 사선 스트라이프의 푸른색 타이가 유능함과 젊음을 상징했다면 취임식의 붉은 타이는 대통령의 권위와 힘을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위기 상황 속에서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치는 그의 메시지와도 잘 부합한다. 다만 다소 톤 다운된 레드라 그렇잖아도 볼이 쑥 패인 그의 얼굴이 더욱 야위어 보인다는 점은 아쉽다.

액세서리는 심플하게 시계 하나만 착용했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사르코지, 부시 등 자고로 유명인들은 모두 가죽 밴드 시계를 사랑했는데 이는 오바마도 예외가 아니다.

가죽 특유의 캐주얼한 느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낡아 가는 질감은 스틸 밴드가 줄 수 없는 자유와 젊음, 여기에 더해 비즈니스에 강한 남자라는 이미지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미셸은 '화려하게! 싸게!'의 원칙을 고수했다. 이를 위해 최종 선택된 컬러는 노란색. 이로써 일단 눈에 띄기에는 성공한 셈이다. 남편의 타이 컬러와 맞춰 붉은 계열을 입으리라는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레이스로 이루어진 화려한 노란 드레스와 코트 차림으로 나타나 밝게 손을 흔들었다.

컬러 커뮤니케이션에서 노란색이 의미하는 것은 의외로 따뜻함이나 귀여움이 아닌 개혁과 전진이다. 때문에 미국의 희망찬 앞날을 상징하기 위해 노란색을 택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코트는 언뜻 금융권 사람들의 명함 색깔인 골드와 겹쳐진다. 미국이 당면한 경제 위기 때문일까?

미셸 역시 평소 즐겨 입던 이사벨 톨레도의 옷을 택했는데 100만~200만원이 보통 가격대라고 하지만 이 옷만은 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의상 전체가 울 레이스로 이루어진 데다가 안은 화이트 실크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

패션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처음 들어보았을 이 디자이너의 옷을 미셸이 선택함으로써 희망에 목마른 가난한 서민들을 향해 미소를 보여준 셈이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쥬얼리는 귀에 딱 달라붙는 반짝거리는 귀걸이와 네크라인에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다는 것으로 대신했다. 의상 자체가 화려하기 때문에 유일한 선택이자 현명한 선택이었다.

예상 뒤엎은 화려함으로 거침없는 희망 제시

밝은 노랑으로 희망을 전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녀의 패션은 두고두고 논쟁 거리가 될 여지를 남겼다. 가장 큰 문제는 뚱뚱해 보였다는 것. 옆에 선 남자보다 커보인다는 것은 여자로서는 치명적인 일이다.

가뜩이나 키가 큰 데다가 드레스, 카디건, 코트를 겹겹이, 그것도 팽창색인 노란색으로 차려 입은 그녀 옆에서는 어떤 남자도 위풍당당해 보이기는 힘들 듯 하다. 이미지 파워의 김은주 대표는 "오바마가 어딘지 평소보다 왜소하게 느껴졌다면 미셸의 화려함과 부피감에 눌려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청중들에게 손을 흔드는 내내 눈에 띄었던 그녀의 가죽 장갑이다. 중저가 브랜드 제이크루의 제품을 디자이너 브랜드와 믹스 매치함으로써 서민 포용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고히 하고자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올리브 색은 마치 늪에서 막 건져올린 것처럼 칙칙해 의상의 화려함과 도통 어우러지지 않는다. 차라리 녹색빛 지미추 구두와 색을 맞추었더라면 보기에 좀 더 편안했을 것 같다.

강렬한 붉은 타이와 절제된 블랙 수트, 금빛으로 반짝이는 노랑을 통해 당신은 무엇을 느꼈는가? 약간의 소품과 컬러를 사용해 당신의 유능함과 부드러운 성품을 뽐내고 싶은 욕심이 무럭무럭 솟아 오르지 않는가? 그 놈의 뱃살만 뺀다면 물론 '예스, 위 캔(Yes, we can)'이다.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