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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과 함께 영화 한 편 보실래요
마포극장참관기
젊은 작가포럼 기획 12월까지 매달 한 편 상영 누구나 참여가능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사진 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공간과 배경처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희곡은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것이다.
매월 둘째 주 목요일, 마포구 한국작가회의 사무실은 극장으로 바뀐다. 이름하여 ‘목요 마포극장’. 작가회의 산하 20~30대 신진 작가들이 중심이 된 ‘젊은 작가포럼’에서 기획했다. 이 프로그램은 12일 첫 회를 시작으로 12월 17일까지 매달 한 편씩 영화를 상영한다. 영화관람 후에는 작가와 함께하는 ‘영화 토론’도 이어진다.

마포극장에서는 무슨 영화를 상영할까? 문인과 함께 영화 보는 기분은 어떨까?

마포극장에 가면 그들이 있다


12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사무실을 꽉 채운 20여 명의 문인, 시민들이 영화를 기다리며 인사를 나눈다.

“시 쓰는 이용임입니다.”

“평론가 장성규입니다.”

“서수미 작가 소개 받고 온 일반 독자에요.”

간단한 인사가 끝난 후 사회를 맡은 고명철 문학평론가가 ‘무대’로 나온다.

“오늘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5, 6명만 와도 ‘우리 이렇게 시작하는 거다’라고 생각하려했는데 세 자리만 남고 좌석이 꽉 찼습니다.”

고씨가 한껏 분위기를 띄우며 영화를 소개했다.

“오늘 영화는 <정복자 펠레>입니다. 19세기 스웨덴인들의 덴마크 이주노동을 어린이 펠레의 시각으로 다룬 작품인데, 개봉 후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영화상, 골든글러브 등 많은 상을 수상했습니다.”

짤막한 설명과 함께 영화가 상영된다.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이 끝나고 불이 켜진다. 다소 무거운 주제의 영화지만 자리를 뜬 사람은 없다. 처음 영화를 보는 작가부터 5번 이상 본 마니아까지 다양하다. ‘내 인생의 영화’라고 첫 상영작으로 이 작품을 추천한 김일영 시인과 최창근 극작가는 사무실 한 구석에서 흐믓한 표정을 짓는다.

“주체할 수 없는 감동 때문에 ‘오늘 꼭 이 말은 해야겠다’ 생각하시는 분, 막지 않습니다. 말씀해 주세요.”

극장은 토론회 장으로 바뀐다.

“마지막 펠레가 세상을 향해 떠나가는 장면을 보면서 항상 어린 시절이 기억에 남습니다. 5살 때 아버지가 눈 쌓인 산을 업고 내려오면서 ‘나중에 이 길을 혼자 갈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는데, 이제 그 말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펠레가 은화를 아끼다 친구에게 주면서 나뭇가지로 그 아이를 때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고통의 전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30 여분의 토론이 끝난 후 시계를 보니 훌쩍 밤 11시가 넘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극장을 빠져 나온다. 이날 토론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어가기로 했다.

소설을 비롯한 많은 문학작품이 영화의 소재가 되고 있다. 반대로 종합예술인 영화 역시 작가들의 창작 공부 소재가 되고 있다. 행사를 주관한 젊은작가포럼 측은 “영화는 문학적 상상력을 넓히는 데 큰 자극이 된다. 이번 행사로 문학적 지성의 내실을 다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행사에는 작가회의 소속 문인을 비롯해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 “영화관람후 토론하며 창작영감 얻어요”


마포극장은 ‘젊은 작가포럼’ 3인방과 고명철 평론가가 주축이 돼 진행하는 행사다. 고명철 평론가의 제안으로 젊은 작가포럼 회장인 윤석정 시인이 총괄기획을 했고 영화광 최창근 극작가, 김일영 시인이 자문과 추천을 담당했다.

-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윤석정 시인) 작년 가을 ‘젊은 작가들의 밤’행사를 진행하면서 고명철 평론가가 제안했다. 젊은 작가들이 창작에 관한 의견을 나눌 공간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고, 그렇다면 영화를 보면서 생각을 말하는 것도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 많은 창작 분야 중에 영화를 소재로 삼은 이유는?

고명철 평론가) 예전 선배 문인들은 영화, 음악 등 다른 예술 분야를 주제로 많은 의견을 나누었고 이런 대화가 창작의 밑거름이 됐다. 최근에는 젊은 작가들이 모여서 문학적, 예술적 의견을 나눌 기회가 거의 없다. 영화를 함께 보고 작가들의 의견을 나누어보면 창작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 영화가 작품 창작에 도움을 주나?

김일영 시인) 도움이 많이 된다. 음악, 영화 등 질료는 다르지만 예술적 영감이 시 창작의 모티프가 될 수 있다. 소설을 하는 사람에게는 서사 구성이나 캐릭터 인물을 끌어가는 힘, 공간과 배경처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희곡은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것이다.

- 영화 선정 기준이 있나?

최창근 극작가) 우선 고전을 중심으로 영화를 보되 세계의 여러 시선을 알자는 의도에서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선정했다. 나도 그렇지만, 김일영 시인도 1,000편 이상의 영화 DVD와 비디오를 갖고 있을 정도로 영화를 좋아한다. 이중 젊은 작가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들을 내놓았다. 작품성을 갖추되 사회적 메시지와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이야기를 기준으로 삼았다.

- 앞으로 계획은?

고명철 평론가) 마포극장을 계기로 문학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주 모였으면 한다. 보다 많은 문인들이 참여한다면 마포극장에서 작가와 시민들이 나눈 의견을 묶어 영화에 관한 단행본을 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에서 진행하는 <목요 마포극장>을 찾은 여러 작가들이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상단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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