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이색투표… 1991년부터 2005년 입었던 유니폼 1위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들이 입었던 역대 유니폼 중 가장 인기 높은 종류는? 지난 1991년부터 2005년까지 입었던 '진한 푸른 색' 유니폼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최근 인천공항에서 승객 및 공항 상주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이 투표'에서의 결과다. 1명이 다투표 할 수 있었는데 현재의 유니폼 바로 직전 복장까지만 대상으로 했다.

투표결과 공교롭게도 가장 최근까지 입었던 유니폼 두 가지가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1위 복장이 33.5%를 기록했고 1986년부터 1990년까지의 유니폼은 23.7%로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나머지 8가지 유니폼들이 얻은 득표율은 대부분 각각 5% 내외 수준. 아무래도 눈에 익었던(?) 복장들이 더 '친숙해 보이고' 패션성(?)에서도 더 돋보이지 않았느냐는 해석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승무원 '유니폼 변천사'를 주제로 한 아주 특별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들이 지난 40년간 착용했던 11종의 유니폼을 모두 입고 한 달 동안 비행을 하는 '민항 40년 역사와 함께 하는 아주 특별한 비행' 행사를 시작한 것.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20명으로 구성된 '추억의 하늘 비행'팀은 4월 15일까지 대한항공의 역대 유니폼을 입고 로스앤젤레스, 도쿄, 싱가포르, 베이징 등 해외 주요 도시와 국내선 노선을 비행하며 승객들에게 추억을 선사하게 된다. 또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이들 승무원이 갖가지 유니폼을 차려 입고 선보이는 이벤트 행사도 가졌다.

한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상징하면서 세계적인 패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은 다름 아닌 항공사 승무원 유니폼. 대한항공이 지난 1969년 창립 때부터 현재까지 모두 11번 객실승무원 유니폼을 바꾸며 시대의 유행에 발맞춰왔다.

지난 40년 동안 변화와 혁신을 거듭해온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유니폼은 세계 속에 한국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알리는 상징물로서 지금도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간 변화해 온 객실 승무원 유니폼들을 통해 당대 패션의 흐름과 시대상을 들여다 본다.


▦ 대한항공 유니폼의 르네상스 시기 (1969년. 1970년대)

창립 당시인 1969년 및 1970년대 대한항공 유니폼은 7번의 변화를 거치며 발전을 거듭해온 시기였다.

1기 (1969년 3월~1970년 2월)

1960년대와 1970년대 양장문화의 대가로 불린 송옥 양장실의 '송옥'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이 유니폼은 100% 나일론 소재에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색상인 다홍색을 치마에 사용했다. 베이지색 블라우스에는 감색과 다홍색 선을 목선과 왼쪽 가슴에 넣어 포인트를 주었으며, 당시 유행했던 노 칼라를 접목시켰다.

2기 (1970년 3월~1971년 6월)

대한항공 유니폼 역사상 가장 짧은 길이의 미니스커트 형태의 유니폼으로서, 당시 가수 윤복희씨에서부터 출발한 미니스커트 열풍이 반영됐다.

밝은 감색 모직 소재를 사용한 원피스 형태의 미니 스커트로, 모자 또한 같은 색상을 사용해 통일감을 주었고, 상의와 같은 디자인의 재킷을 덧입을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디자인했다.

3기 (1971년 7월~1972년 12월)

디자이너는 첫 번째 유니폼 제작을 맡았던 '송옥'씨이며, 진한 감색 색상에 3개의 금단추로 장식한 재킷과 같은 색의 주름 없는 A라인 스커트, 모자가 착용됐다. 블라우스는 하이 목라인과 라운드 목라인의 두 종류로 흰색 블라우스가 착용됐다.

4기 (1973년 1월~1974년 4월)

색상은 두 종류로 하늘색과 연노랑색 미니 원피스와 같은 색상의 재킷, 모자가 채택됐다. 특히 이 때 처음으로 스카프가 도입되어 승무원 의상에 포인트를 주었으며, 이후 승무원의 필수 패션 아이템으로 꾸준히 활용되었다.

5기 (1974년 5월~1976년 5월)

군청색 모직 재킷과 같은 색상에 1개의 맛주름이 들어간 스커트를 입었다. 당시 대한항공 로고에 사용되었던 붉은색 고니 무늬에 흰색 블라우스를 착용하였고, 흰색, 빨강, 연두, 감색의 혼합무늬로 된 스카프를 착용하여 단순함을 보완했다.

6기 (1976년 6월~1977년 12월)

깔끔하고 단정한 분위기의 유니폼으로 100% 나일론 재질의 감색 재킷과, 동일한 색상의 스커트, 모자를 선보였으며, 단조로움을 줄이기 위해 레이온 소재의 흰 블라우스에 대한항공 로고가 들어간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었다.

승무원의 활동성을 고려해 반소매 블라우스와 무릎 길이의 맞주름 스커트로 편안함을 강조했고 H형 실루엣을 보여주었다. 2년 여 만에 유니폼에 모자가 다시 등장했으나 이 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모자는 사용되지 않았다.

7기 (1978년 1월~1980년 3월)

디자이너 송옥 씨가 다시 디자인을 맡았던 이 유니폼은 감색 재킷과 스커트로 보수적인 스타일을 유지했으나 빨강색과 감색 색상의 물결무늬 블라우스를 사용해 '대한항공 유니폼에 획기적인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유니폼의 글로벌화 시기 (1980~1990년)

대한항공 유니폼에도 글로벌 시대를 겨냥한 대한항공만의 색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유니폼의 교체 주기도 길어졌으며, 86 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등 연이은 초대형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가 펼쳐지던 80년대 후반에는 처음으로 외국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맡기기도 했다.

8기 (1980년 4월~1986년 3월)

기존 고니 형태에서 국적기의 이미지인 현재의 태극 응용 문양의 로고가 탄생한 때로, 유니폼에도 빨간색과 파란색, 흰색이 주요 색으로 자리잡았다. 점퍼스커트에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흰색 블라우스를 받쳐 입도록 했으며, 대한항공 영문을 프린트해 무늬를 만든 흰색, 빨강, 감색의 스카프를 착용했다. 약 6년간 가까이 착용되며, 대한항공 승무원 유니폼으로는 처음으로 장수를 누리기도 했다.

9기 (1986년 4월~1990년 12월)

대한항공 처음으로 외국 디자이너인 미국의 '조이스 딕슨'에게 디자인을 맡겨 제작했다. 유니폼 재킷은 개버딘 소재의 빨강색이며, 연미복 스타일의 붉은색 재킷이 항공사 여승무원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7부 소매와 지퍼 스타일의 원피스로 활동량이 많은 승무원들에게 기능적인 면에서 적합했다.

▦유니폼의 모던화 시기 (1991년~2005년)

화려하진 않지만 모던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하는 대한항공의 이 시기유니폼은 90년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다양화되었던 당시 여성들의 도회적이면서도 여성적인 매력을 반영하는 대표 디자인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10기 (1991년 1월~2005년 2월)

대한항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얼굴이 된 이 유니폼은 디자이너 김동순의 작품으로 14년 넘게 사용한 국내 최장수 유니폼으로 꼽힌다. 진한 감색의 재킷, 스커트, 조끼에 깨끗하고 여성스런 이미지가 강조된 흰색의 블라우스를 받쳐 입는 스타일로 디자인됐다.

▦명품 유니폼 탄생 (2005년 3월 ~ 현재)

대한항공은 세계 일류 항공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의지를 담아 2005년 가장 먼저 이미지 변신의 첫 걸음으로 유니폼을 전격 교체했다.

11기 (2005년 3월~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과 서비스 제공'을 모토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 디자이너인 지앙프랑코 페레에게 디자인을 의뢰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지앙프랑코 페레는 아르마니, 베르사체와 함께 이탈리아 3대 패션 디자이너다.

기존 스커트와 함께 국내 최초로 바지 정장을 도입했으며, 청자색과 베이지색을 기본 색상으로 우아하면서도 밝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청자색은 청명한 가을 하늘, 한복과 청자에서 착안해 한국의 이미지와 잘 맞는 색으로서 유니폼에 활용되었으며, 한국 고유의 비녀를 연상시키는 헤어 액세서리와 비상하는 느낌의 스카프 등 소품까지 활용했다.

편안함과 실용성을 위해 고탄성 모직, 면직 등의 천연 소재와 함께 최첨단 소재도 활용됐다. 셔츠에는 포플린을, 트렌치코트에는 개버딘을, 셔츠깃에는 피케를, 스카프에는 오간자 실크를 채택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