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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장 만들려는 현대 미술의 고민
플랫폼 2009-퍼블릭 프로그램Ⅰ
'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워크숍', '공공미술:건축과 참여' 심포지엄 열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





1-'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워크숍', 2- 헤이워드 갤러리, 3-빅 아트 프로젝트


“우리에겐 여전히 아트센터와 극장, 오페라 콘서트 홀이 필요한가?”

지난 25일 공주시청에서 열린 ‘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워크숍’에서 영국의 독립 문화 컨설턴트 피터 젠킨슨이 제기한 문제다. 예술의 저장고로서의 역할은 인터넷이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이 문제제기의 의도는 아트센터와 극장, 오페라 콘서트 홀의 효용가치가 사라졌음을 선언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문화기관들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재조정하기 위해서다.

전시 기획사인 ‘SAMUSO: Space for Contemporary Art’(이하 ‘사무소’)와 주한영국문화원, 충남 공주시가 공동으로 주최한 ‘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워크숍’은 내년 공주시에서 열리는 백제문화엑스포 ‘대백제전’의 행사장인 ‘고마아트센터’ 건립을 논의하는 자리. 단순히 어떤 건물을 지을 것인지가 아니라 어떤 철학을 담아 지을 것이고, 건립 후에는 어떤 역할을 하도록 만들 것인지를 궁리하고자 마련되었다.

피터 젠킨슨과 골드스미스 대학 미대 교수인 안드레아 필립스,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수석 큐레이터인 스테파니 로젠탈 등 영국의 미술 전문가 3명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배영환 겸임교수가 발제를 맡아 영국과 한국 문화기관의 참고할 만한 사례를 소개했다.

피터 젠킨슨은 이상적인 아트센터는 “그 세대를 위한 강력한 촉매제이자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한 자극제, 도시와 세계를 가로지르는 창의성을 공표하는 플랫폼이자 시민 참여를 위한 장, 깊고 지속적인 자긍심과 애정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트센터는 그것이 위치한 지역의 예술적 동력이 네트워크하는 허브로 기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기능은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더욱 중요하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뉴딜 정책을 논의할 때 경제학자뿐 아니라 아티스트, 문화 관계자까지 참여했던 예를 들었다.

안드레아 필립스는 릴레이하듯 한 아티스트가 빌딩의 한 부분을 디자인하면 다른 아티스트가 그것과 연결되는 다른 부분을 디자인하는 식으로 구성된 가상 예술 공간 ‘우미한 시체’를 소개하며 현대 문화기관은 그런 유동성과 유연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테파니 로젠탈은 영국의 문화센터 ‘사우스뱅크센터’의 운영 방식을 소개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것은 헤이워드 순회 프로그램. 여러 독립 큐레이터들과의 협업을 통해 각 지역에서 독창적인 전시를 여는 방식으로 지역 예술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다. 새로운 아트센터의 기능은 결국 “인터랙티브 예술”이라는 것이다.

현재 소외 지역에 이동 도서관을 짓는 ‘도서관 프로젝트 “來日(Tommorow)”’을 진행하고 있는 작가 배영환은 한국에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들을 소개했다.

이런 워크숍은 현대미술의 과제가 공공미술임을 확인시켜준다. ‘사무소’의 김선정 대표는 “올해의 화두는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삶과 미술을 잇는 것이다. 기무사가 현대미술관으로 바뀌고, 지역에서 아트센터 건립이 활발한 때인만큼 공공미술을 실현할 수 있는 문화기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주출판단지


같은 맥락에서 27일에는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공공미술: 건축과 참여’ 심포지엄이 열렸다. ‘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워크숍’이 문화기관이라는 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췄다면 심포지엄의 내용은 소프트웨어에 좀더 주목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자리에서는 대중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공공미술의 사례로서 ‘빅 아트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영국 채널 4 텔레비전이 최근 4년간 진행한 프로젝트. 각 지역사회의 공공미술에 참여하고자 하는 대중들의 신청을 받았고 총 1400여 건의 참가 신청 중 7개 장소가 선정됐다.

큐레이터가 철거 직전의 발전소가 있는 지역, 산업 쓰레기 처리장이 있는 지역, 탄광 지역과 인종차별이 있는 지역 등을 방문해 참가자들과 함께 그곳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공공미술을 기획했다. 그 결과물은 올해 5월에 방송될 예정이다.

한국의 예로는 파주출판도시가 소개됐다. 출판인과 건축가들의 협업으로 기획, 완성된 이곳은 중앙 정부와 대기업에 의해 주도된 한국 도시건설의 흐름에 저항하려는 하나의 시도였다. 그 결과에 대해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배형민 교수는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지적했다.

“분명 출판 문화가 필요로 하는 지적이고 사회적인 교류가 활발한 장소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아직은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파주출판도시는 자연, 도시, 건축과 그곳에서 생산되는 책이 새로운 방식으로 서로 엮여 만들어가는 열린 랜드스케이프임은 틀림 없다.”

독립 큐레이터인 강수미는 외국인 이주노동자 문제를 주제로 한 미술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 프로젝트 팀 믹스라이스와 우체국, 경찰서 등의 공공기관에 설치미술을 함으로써 그곳의 의미를 변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홍영인 등의 사례를 들면서 미술이 공동체에 참여하는 ‘다른’ 방식들을 모색한다.

스테파니 로젠탈은 갤러리로 들어오는 관객들의 몸, 옷의 색, 동작, 목소리까지 미술의 일부로 보이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인 ‘해프닝’의 작가 앨런 캐프로의 예를 들었다. 그의 모토는 “No Spectator, All Participants!”였다.

이번 워크숍과 심포지엄은 영국문화원의 ‘문화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문화도시 프로젝트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 싱가포르,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진행된다. 주한영국문화원 고유미 공보관은 “도시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한 문화, 예술가들의 역할을 조명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한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들은 한국보다 공공미술이 일반화된 영국의 사례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영국 사례를 모방하는 데에 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공공미술의 핵심은 그것이 기획되고 실현될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이기 때문이다. 김선정 대표는 “이 사례들을 참고해 우리에게 맞는 아트센터와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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