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5집 'This moment'13곡의 수록곡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 기반 허스키 보이스 돋보이는 편곡

나윤선, 웅산, 그리고 말로는 한동안 ‘3대 재즈보컬’로 묶여 다녔다. 그러나 이제 이 같은 표현은 무색해졌다. 이미 이름만으로 독자적인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 ‘재즈의 스타’일뿐더러 하나의 표현으로 묶어두기에 그들은 너무나 다른 색을 지녔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며, 최근엔 아시아 재즈 시장에 진출한 나윤선, 그녀는 신비로움이다. 농염한 보이스와 세련된 외모로 대중이 떠올리는 ‘재즈싱어’의 이상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 반경을 넓힌 웅산, 그녀는 섹시함이다.

그리고 한국적 정서의 재즈의 가능성을 3집 앨범에서 열어 보인 그녀, 말로는 ‘자유로움’으로 다가온다. 유독 하얀색이 잘 어울리는 그녀를 하나로 표현할만한 단어는 결국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자유로움’이다. 폭발적인 에너지와 다듬어지지 않은 영혼의 자유는 정형화하려 할 때, 갈 곳을 잃고 만다.

새로운 말로를 만날 수 있는 그녀의 다섯 번째 앨범이 나왔다. 2년 만에 선보인 신보는 스탠더드 곡으로만 꾸민 첫 앨범이기도 하다. 어쿠스틱한 기타 사운드를 기반으로 절정에 오른 스캣과 허스키 보이스가 유난히 돋보이는 편곡이다.

성숙이 아닌 완숙의 경지에 오른 그녀의 스캣과 집시풍의 기타 연주가 불꽃 튀는 대화를 나누는 ‘데블 메이 케어(Devil may care)’로 앨범은 시작된다. 경륜 있는 더블 베이시스트의 손놀림보다도 뛰어나고 정확한 스캣은 피를 뿜어 올리는 심장박동만큼이나 탄력적이다. 그녀의 심장이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나의 혀를 춤추게 하라.’

13곡을 수록한 앨범에는 그녀가 평소 즐겨 부르던 팝과 가요도 담겼다. 스윙 블루스로 편곡한 ‘블루스 인 더 나잇(Blues in the night)’, 엘비스 프레슬리의 장례식 때 불리기도 했던 ‘대니 보이(danny boy)’, 스티비 원더와 자미로콰이의 버전으로 유명한 ‘써니(sunny)’ 등의 새로운 해석이 귀를 즐겁게 한다.

서정적 한국 재즈로 변신한 ‘황성옛터’와 ‘비야, 비야’에서는 여백이 남긴 여운의 깊이가 전해진다. 그리고 2006년 6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투사부일체’의 삽입곡 ‘원더풀 월드(wonderful world)’는 선물처럼 마지막 곡으로 담겼다.

첫 곡부터 신예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뛰어난 연주력과 정열적으로 혹은 내밀하게 호흡하는 말로. 이번 앨범에 대한 그녀의 라이브 음색은 4월 4일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