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16년만의 개인전. ‘비움’과 ‘채움’의 조우가 만들어내는 색다른 선율을 선사한다.

작품 속 풍경은 사실주의적 풍경이 아닌, 작가의 액션에 의해 만들어지는 풍경.

붓으로 캔버스를 ‘치는’ 액션에 의해 충돌하며 생성되는 풍경은, 그 자체로 팽팽한 긴장감을 갖게 한다. 구도의 정석을 무시한 대상의 간단명료한 묘사와 함께 미끄러지듯 즉발적으로 처리된 터치로부터 발산되는 이미지의 생동감은 한 오 회화의 근저를 이뤄왔다.

또 같은 대상에 대해 우리가 품었을법한 기존의 이미지를 탈각시키는 일을 그의 회화에서 만날 수 있다. 자연이 지닌 정적인 속성, 울창한 숲이나 물고기의 부드러움과 연약한 성격 따위는 작가 특유의 이미지 분절화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된다.

구체적인 이미지의 해체로 더욱 풍성한 형상을 제공하는 화폭은 오로지 빠르고 느린 액션과 굵고 가는, 둥글고 날선 선들이 지배한다. 그의 작품에서 이미지의 불명확성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확장된 자아와 만날 수 있게 하며, 변화무쌍한 선들 속에서 나뭇잎이나 우거진 숲속, 계절의 수많은 이미지들을 조우할 수 있다. 박영덕화랑에서 3월 26일부터 4월 4일까지. 02)544-8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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