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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 가면 '개고생'이다?
비싼 등록금에 '알바' 뛰고 열악한 학습환경에 몸 다치기 일쑤




김청환기자 chk@hk.co.kr







서울 A대 미술학과에 다니는 이모(22ㆍ여)씨는 요즘 밤마다 화장을 고치고 외출을 서두른다. 이 씨가 일을 나가는 곳은 인근의 주점이다.

‘바(Bar)’로 불리는 가게에서 술을 마시러 온 남자 손님을 새벽 3~4시까지 상대하다 보면 수업시간에는 자신이 만드는 미술작품을 앞에 놓고도 졸기 일쑤다. 1년에 920만여 원에 이르는 등록금과 실습재료비, 자취비용을 감당하다보면 연수입 2000만원으로도 버거운 형편이다.

이 씨는 “우리 과 한 학년 20명 중 3~4명은 나같은 알바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싼 등록금에 재료비, 집세, 생활비까지 감당하려면 토크 바에서 하는 일로도 턱없다”고 말했다.

등록금 인상률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예술계열 대학생들은 다른 계열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한 등록금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측은 예술대에 들어가는 실습비, 학생 1인당 교원 수의 상대적 차이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에 비해 혜택은 받지 못하고 있다며 울상이다. 대학들의 지나친 이윤추구로 예술대생들의 창작의지가 빛이 바래는 형국이다.

등록금 190만여 원 더 걷어, 실습비는 17만 3000원 배당?

예술계 대학의 등록금이 여타계열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예술계열대학생연합(예술대연합)은 우리나라 예술대생 등록금은 연 평균 790만여 원으로 인문사회계열에 비해 평균 190만 6400원 많이 내고 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이같은 수치는 예술대연합이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예술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007년 기준) 나타났다.

문제는 등록금 차등 책정의 근거자료인 1인당 실험실습비 평균이 17만 3000원에 그친다는 것이다. “등록금은 가장 비싸게 내는 데 혜택은 눈곱만큼 받는 셈”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립대인 서울대조차 예술 계열 등록금(입학금 포함)이 한 학기 407만여 원으로 인문계열에 비해 129만 4000원 더 높다.

서울대 관계자는 “예술계열의 경우 소규모 수업, 실습 등의 필요성 때문에 학생수에 비해 많은 교원수, 실습기자재비 등에 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이공대를 1로 치자면 인문계는 0.8, 예술계는 1.2의 비율로 등록금을 산정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1인당 실험실습비는 따로 계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예산이 더 들어가는 예술대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세부내역은 따지지 않고 등록금을 기계적으로 편성하는 셈이다.

사립대인 고려대의 예술계열 등록금(입학금 포함)은 한 학기 당 587만여 원으로 인문계열에 비해 132만 7000원 높다. 고려대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학예능계의 실험실습비가 1인당 평균 26만 8200원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관계자도 “전체 등록금 인상률에 따라 예술계열 등록금도 동일하게 올라간다”며 “처음부터 등록금 격차가 있어 예술계열과 인문사회계열 간의 격차가 지속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격차가 있었으니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는 식의 해명으로 ‘순환논증의 오류’다.

비싼 등록금, ‘개고생’하는 예술대생

예술대생들은 비싼 등록금에 비해 열악한 교육 환경으로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미술대생은 열악한 장비 탓에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B대 김모(27)씨는 지난 2007년 학교 작업실에서 조소 작품을 만드는 도중 오른팔 손목이 드릴 칼날에 부분적으로 썰리는 부상을 당했다. 김 씨가 쓰던 기계는 20~30년은 돼 보이는 구식이었다.

김 씨는 개인보험을 적용해 70만여 원에 이르는 봉합 수술비와 치료비를 부담했고 학교 당국은 어떤 보상이나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조소 전공 학생들은 유해물질과 돌가루가 날리는 학교 실습실에서 방진마스크조차 지급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무용 전공 대학생은 노후한 연습실 바닥에서 연습하다가 몸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다. 영화학과 대학생들은 안전장치 없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촬영을 하는 일도 있다.

한 예술대생은 “과외로 벌어들이는 돈으로는 1년에 1천만원이 훨씬 넘는 등록금마저도 감당하기 버거운 실정”이라며 “음대생은 대부분 대학 등록금 외에 사비를 들여 레슨까지 받아야 하는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한창 창작의지를 불태워야 할 시기에 돈 걱정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까지 있다. 지난 2008년 9월 1일 9시 50분께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주대 예술대학 연극공연과 연습실에서 이 학교에 다니던 양모(19)군은 ‘대학등록금 마련이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한 영화학과 학생은 “등록금 부담 때문에 예술대생의 휴학기간이 가장 긴 편”이라며 “자존심을 버리고 결혼식 영상ㆍ학원 강의 촬영 알바를 하거나 휴학하고 고향에 내려가 나이트클럽 웨이터로 일하며 학비를 버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의 질’ 높이기, ‘교육재정’ 확충, ‘독립채산제’가 대안

예술대 등록금 문제 해결안으로는 웃돈을 받는 만큼 교육환경을 개선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 ‘교육재정’을 확충해 학생 부담을 줄이는 것, 별도 법인화나 전공별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는 방안 등이 제기된다.

박정원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교육비를 학부모가 부담하는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교육비를 마련해야 하는 예술대생은 막중한 등록금 부담에도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창작의지가 꺾이는 일이 다반사”라며 “대학당국은 학생에게 부담시키는 교육비만큼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사학은 대학경쟁력을 높이려면 등록금을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두고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사학이 등록금 인상 때마다 예로 삼는 미국 대학생의 70% 가량이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립대 등 공립대에서 교육받고 있다”며 “국민소득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우리 대학들 등록금은 결코 낮은 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표적 사립대인 미국 하버드 대는 주정부를 비롯한 지방정부, 연방정부 등에서 1년 예산의 17~18%정도를 지원 받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사립 대학 정부 지원금은 1~2%에 그친다.

한편 예술대를 종합대학 체제에 무리하게 묶어둠으로써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정원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미술대학, 음악대학, 무용대학, 영상대학 등의 예술대가 대부분 스쿨(School) 형태로 돼있다”며 “예술대를 무리하게 종합대학의 틀 안에 가두다 보니 예술계 대학 내부에서도 전공별로 다른 등록금 부담을 동일하게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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