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ist down 프라다 트랜스포머 전시회88년부터 이번 시즌까지 스커트 65점 엄선회전하는 건물 안에서 패션·영화·미술 감상

1-프라다 스커트를 선보이는 웨이스트 다운 전시회
2-프라다 트랜스포머 모형
3-경희궁에 설치된 프라다 트랜스포머 건축물

조금만 생각해 보면 스커트는 늘 바쁘게 움직인다. 넓게 퍼지는 플레어 스커트는 봄 바람을 만나면서 비로소 제 모양을 낸다. 미니 스커트는 다리를 드러내는 동시에 분주하게 엉덩이를 가린다. 폭이 좁고 신축성 없는 펜슬 스커트는 종종걸음치는 커리어 우먼을 방해하고, 입고 벗기 불편하도록 제작된 스커트는 사랑에 눈 먼 남자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스커트는 모든 섬세한 요소들이 어우러진 상황”이라고 말하는 미우치아 프라다가 88년도부터 이번 시즌까지 선보여온 스커트들 중 65점을 엄선해 전시한다. 4월25일부터 경희궁에서 열리는 프라다 트랜스포머 전시회의 오프닝이다.

‘허리 아래(waist down)’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회에서는 허리 아래에서 바쁘게 움직여온 스커트들을 다양한 상황 속에서 보여준다. 어떤 스커트는 선풍기처럼 빙빙 돌아가고, 어떤 것들은 좌우로 흔들리며, 또 다른 스커트는 빳빳한 천으로 만들어져 지탱해주지 않아도 혼자 우뚝 서있다.

빙글빙글 도는 스커트와 회전하는 건물

움직이는 스커트를 감상하는 것이 이번 전시회의 전부는 아니다. 스커트에 싫증나면 이제는 영화를 볼 차례다. 잠깐, 영화를 보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최대한 편안하게 자세를 잡고 팝콘과 콜라를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아예 영화와 어울리는 공간으로 바꿔 버리는 건 어떨까?

경희궁에 임시로 설치된 건축물 트랜스포머에서는 이 일이 가능하다. 4대의 크레인이 4면체의 건물을 번쩍 들어올려 뒤집어 놓는 것. 바닥은 벽이 되고 측면은 천장이 되어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한다.

9월초까지 약 6개월간 진행되는 ‘프라다 트랜스포머 프로젝트’에서는 총 4번의 이벤트를 치르는 동안 건물이 3번 회전하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이 신기한 변신 로봇은 한국에서만 선보이는 것으로 프라다와 오랫동안 협력 관계를 가져온 네덜란드의 건축 사무소 OMA에 의해 설계됐다.

OMA의 설립자 렘 쿨하스는 “문화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데 비해 건축은 중력과 고정된 위치에 매여 변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하며 이 같은 동적인 유기체를 만들어 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매년 여는 컬렉션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보이고 참여해야 한다”는 프라다의 철학은 이번 전시회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패션으로 시작된 전시회는 영화, 현대 미술 등 프라다가 관심을 가져온 다양한 문화 활동으로 이어지며, 여기에 때마다 형태를 바꾸는 건축물이 더해져 관람객들은 바쁘게 돌아가는 문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두 발로 디디며 체험하게 된다.

전시회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진행될 예정이다.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