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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의 정수 통해 '몰아일체'의 자연을 말하다
문봉선 개인전/ '動靜之間-비어있는 풍경 또는 차있는 풍경'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문봉선 화가
그 소나무에는 바람(風)이 있다. 들판을 가로질러 자유롭게 내닫는 바람은 소나무와 만나 대지의 기운과 자연의 소리를 전한다. 그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보는 이의 마음으로 들어온다. 어느새 관객은 들판으로 나가 신선한 바람을, 자유로움을 온몸으로 느낀다.

강은 또 어떠한가. 온전한 모습 대신 안개를 머금거나 금방이라도 습기가 전해질 듯 촉촉하고 희미하다. 그 안개와 습기는 스멀스멀 몸을 감싸 강과의 경계를 허문다. 강이 몸이 되고, 몸이 강이 되는 찰나의 경험을 한다.

드넓은 대지 역시 자신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해가 저무는 어스름한 공간이나 동트기 전 여명 속에 펼쳐져 있다. 조용하고 쓸쓸하기까지 한 대지앞에 서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5월 6~16일 열리는 한국화가 문봉선(48)의 ‘동정지간(動靜之間)-비어있는 풍경 또는 차있는 풍경’전의 단상이다.

문봉선의 화면은 비어있으면서도 언제나 차 있다. 아스라한 들녁과 강가는 언제나 비어있고, 자욱히 묻어오는 운무, 빛의 잔혼은 공간 전체를 뒤덮는다. 화면은 자연스레 마음을 끌어들이고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좌) 소나무 (우)'대지'


그러한 데는 30여 년을 서화에 천착하고 실경에 기초한 작업을 해온 문 작가의 성실함이 바탕한다.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1980년대 현대적인 수묵풍경에 이어 1990년대에 북한산, 설악산, 금강산을 그리며 진경산수의 맥을 이었다.

모필과 먹의 운용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전통적인 문인화의 형식을 해체한 자유분방한 현대적 문인화를 모색하는가 하면 관념적인 사군자 대신 실제, 매(梅), 난(蘭), 국(菊), 죽(竹)을 실사해서 관찰을 통한 새로운 형식의 사군자 모본을 만들기도 했다.

문 작가가 2년 만에 여는 이번 전시는 이전 산수들에 비해 ‘형상’이 더욱 절제되고 압축, 단순화됐다. 문 작가는 “보이지 않으면서도 미세한 부분을 담으려고 했다“고 말한다. 안 보이는 것을 통해 물성을 더욱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오광수 미술평론가는 “그의 화면은 서서 바라보는 풍경이기보다 그 속을 걸어들어가 만나는 풍경이요, 자연에서 출발해 종내는 자연을 탈각해버리는 경지”라고 평했다.

문 작가는 “인간은 결국 자연에서 나와 자연으로 돌아간다. 현대인에게 필요한 ‘평상심’ 또한 자연에 있다”고 말한다. 선화랑의 선미술상(2002년) 수상작가이기도 한 그의 14번째 개인전은 현대한국화의 정수와 함께 자연을 통한 정화와 수행의 깨달음도 전한다. 02-73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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