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자동차 마케팅 '물' 활용한 퍼포먼스 유행

”새로 나온 차를 소개하는데 사람들이 차 안에서 ‘물세례’를 맞는다.” “갑자기 실내 무대 위에서 폭포수처럼 비가 퍼붓는다.” “자동차 세차를 하는데 사람도 같이 물에 젖는다.” “무대 위에 쏟아진 빗물이 개울이 돼 내려간다.” …

‘물’ 이른바 ‘워터(Water) 코드’가 뜨고 있다. 공연이건 마케팅 런칭 행사건 건에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물’을 활용한 퍼포먼스가 유행이다.

사람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만 하는 ‘쇼’의 영역에서 ‘물’을 새로운 ‘코드’로 인식하고 최근 본격 활용에 나선 곳은 수입차인 BMW와 뮤지컬 ‘소나기’. 서로 연관이 없는 장르이지만 두 군데 모두 ‘워터 코드’에 관한 한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서 공통적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준다.

5월1일부터 17일까지 서울시뮤지컬단이 세종문화회관M씨어터에서 선보이는 뮤지컬 ‘소나기’는 제목에서처럼 ‘무대 위에 쏟아지는 소나기’로 눈길을 끈다. 이미 초연인 2004년과 지난 해 공연이 있었지만 이 번에는 더욱 업그레이드 된 무대와 음악, 그리고 ‘소나기(?)’까지 내보인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면 차이다.

소설가 황순원의 단편소설인 ‘소나기’의 가장 중요한 신 중 하나는 ‘실제 소나기가 내리는 장면’.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것처럼 소년이 갑작스레 쏟아진 소나기로 인해 여학생과 잠깐 시간을 같이 지내면서 드러나는 ‘풋풋한 감정’은 누구에게나 기억 저 너머에 여전히 남아 있는 ‘아련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공연은 실내에서 벌어지고 무대 위에다가 함부로 물을 뿌릴 수도 없는 일. 그런데 뮤지컬 소나기에는 실제로 소나기가 내린다. 그것도 5분 여간. 배우들은 이 시간 동안 온전히 비를 맞으며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한다.

이 장면을 생생하게 연출하기 위해 준비된 물의 양은 무려 6톤. 무대 위에서 약 3톤, 무대 바닥에 설치되는 ‘인공’ 시냇가에 역시 3톤의 물이 흐른다. 이 와중에 특수 제작된 마이크는 비가 내리는 무대 위에서도 배우들의 발음과 노래를 객석에 잘 전달한다. 소나기를 맞으며 수줍게 장난치는 소년과 소녀의 모습, 그리고 원두막에 피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은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표현된다.

실제 국내 뮤지컬에서 물을 활용한 무대 연출은 결코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 경우 배우가 바닥에 고인 물을 걷어차는 수준. 최신 웨스트엔드 히트 주크박스 뮤지컬인 ‘네버 포겟’ 또한 ‘비는 오지만’ 배우들이 우산을 쓰고 비를 맞지는 않는다. 때문에 이는 ‘비를 흠뻑 맞으며 배우들이 연기하는’ 소나기와 가장 크게 차별화 되는 대목이다.

특히 소나기의 ‘비오는 장면’이 공연계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음향의 새로운 처리 기술 때문이다. 보통 요즘 뮤지컬 배우들은 마이크를 이마 부위에 달고 노래 및 연기를 하는데 마이크에 물이 들어가면 자칫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네버 포겟 경우처럼 배우들이 우산을 쓰는 것은 사실은 이런 이유 때문.

하지만 소나기는 이런 딜레마를 극복했다. 비결은 마이크를 한 번 ‘비비 꼬아’ 달게 한 것. 비를 맞더라도 물이 고이거나 들어가지 않도록 했다. 엄밀히 말해 기계적인 신기술은 아니지만 마이크의 착용과 활용 방식에서 ‘콜럼버스적인 발견’이라고 공연계에서는 감탄사를 보내고 있다.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 열린 공연에서도 관계자들은 이런 노하우를 보고 모두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그간 소나기에서 비 내리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아왔지만 이번 버전은 비 내리는 파워가 무척 강하고 리얼하면서도 무대 위에 꽉 찬 응집력을 느끼게 해줍니다. 약 5분동안 내리는 소나기는 관객에게 시원하면서도 애틋한 사랑의 정서를 공감하게 합니다.”

BMW코리아 제공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소나기에 비하면 다른 무대에서의 비 내리는 장면들은 장난스럽게까지 보인다”며 “창작 뮤지컬에서 이만한 수준의 무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이미 가슴 뿌듯하게 해주는 멋진 체험이다”고 덧붙였다.

때마침 한 수입 자동차 회사에서도 물을 주제로 한 런칭쇼를 선보였다. BMW 그룹 코리아가 최근 프리미엄 소형차 MINI 브랜드의 새로운 컨버터블 모델인 ‘뉴 MINI 컨버터블’을 소개하는 자리. 사람들은 승용차를 탄 채로 세차장을 뚫고 나오는 독특한 신차 발표 장면을 연출했다.

런칭때 차량과 함께 등장한 모델은 출시 전날부터 뉴 MINI 컨버터블의 지붕을 열고 ‘24시간 오픈 본능’미션에 참여한 참가자들이다. 이들은 24시간 동안 터널, 냉동창고, 카트 경기장, 한강 둔치 등지에서도 모두 지붕을 열고 버텼다.

또한 차 안에서 식사를 하고 홍대 주차장에서는 DJing 하우스 파티를 하는 등 뉴 MINI 컨버터블과 ‘오픈 본능’을 함께 경험했다. 그리고 ‘24시간 오픈 본능’의 마지막 미션으로 신차 발표회장에서 지붕을 열고 세차하기에 나선 것. 모두 이들 과정을 통해 어떠한 극한 상황에서도 오픈 본능의 짜릿함을 추구하는 뉴 MINI 컨버터블의 콘셉트를 극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의도에서다.

사실 MINI 브랜드는 그동안 차량을 공개하는 형식적인 신차발표회를 벗어나 MINI 특유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반영된 이색적인 출시 행사를 선보여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뉴 MINI 컨버터블도 그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오픈 본능을 자극하며 지붕을 연 채 세차기계를 뚫고 등장한 것.

BMW 코리아 김효준 사장은 “특히 MINI는 올해 50주년을 맞이한 만큼 더욱 다양하고 개성 있는 이벤트로 패션 아이콘과 트렌드 세터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켜 나갈 것이다”고 소개했다.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