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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문화부 vs 한예종
실기 위주로 한예종 재편 vs 이론 교육의 정당성 주장 팽팽





글·사진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가 교육 체계를 주요 논점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다시금 예술에서 이론과 실기 병행 교육이 화두가 되고 있다.

과연 예술가는 실기만 잘 하면 되는가, 혹은 이론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가. 이 논의는 다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원론적 정의와도 관련이 있다. 뿐만 아니라 21세기 이후 급변하는 시대 환경에 따른 예술 개념의 변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문화부와 한예종이 겪는 대립의 한 축에는 이 같은 예술 개념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있다. 물론 이 사태를 바라보는 관계자들 중 이 문제를 순수하게 예술 교육관의 차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문화예술계까지 스며든 이념 논쟁이 한 축이고, 한예종과 기타 예술사립대 사이의 주도권 싸움이 다른 한 축이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표면상으로 드러나고 있는 한예종의 이론 교육에 대한 견해차는 말 그대로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명분에 대한 기본적인 고찰이 두 집단 간의 소모적인 대립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한 가지 열쇠도 된다. 현재 문화부와 뜻을 같이 하고 있는 뉴라이트 문화단체 ‘문화미래포럼’이 내세우는 주장은 ‘한예종은 설립 당시부터 실기 위주의 전업예술가를 양성하기 위한 기관이니 그 근본 취지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예종은 특히 황지우 총장 부임 이후 아예 ‘통섭 교육’까지 확장시켜 본격적인 이론 교육에의 물꼬를 텄다. 한예종에서 추진해온 이 통섭 교육은 다양한 예술 장르와 인문학, 뉴미디어 과학기술 등이 서로 소통하며 학제간 융합 교육을 통해 전인적 예술가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문화미래포럼의 정진수 씨나 빅뉴스 변희재 대표 등 문화계 보수 인사들은 이 통섭 교육이야말로 한예종 좌파 인사들의 자리를 만들어주려는 구실이라며 맹공격해왔다. 하지만 ‘통섭’ 그 자체는 최근 수년간 회자되어온 학계의 트렌드다. 주로 과학에서 거론이 되고 있어 좌우라는 이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키워드인 셈이다.

그런데도 유인촌 문화부 장관 역시 이 과정이 예술실기 전문가 양성이라는 한예종의 취지와 어긋난다며 중단 지시를 내렸다. 한 마디로 이들에게 있어 예술가란 실기만 잘 하면 되는 일종의 ‘기능인’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기능인’이 인문학 강좌나 과학기술과의 결합 같은 통섭 교육을 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인 것이다. 이는 자신들이 실제로 그렇게 예술을 해왔거나 혹은 그런 예술관을 가지고 있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문화부의 이론 교육 축소 폐지 지침에 반대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론 전공 학생들


그래서 결국 이 사안은 21세기 예술의 조건과 환경을 감안한 교육의 문제로 수렴한다. 20세기 후반,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전 지구적 문화현상의 영향은 기존 장르를 융합시키며 ‘크로스-’, ‘트랜스-’, ‘퓨전’ 등의 신조어로 혼성화시켰고,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예술에서도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 과학기술과 예술의 만남으로 미디어 아트 등 새로운 예술 장르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런 현대적 예술 개념을 감안할 때 기존의 예술 혹은 예술가에 대한 정의로는 동시대 예술에 대한 이해나 기량의 바른 연마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예술을 보고, 예술에 요구하는 사람들의 인식은 이미 첨단을 걷고 있는데 (심지어) 예술을 하는 이가 고전적인 예술관을 가지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굳이 이런 예술사조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예술 교육에서 이론과 실기의 병행은 최소한의 상식이다. 예술에 대한 이론적 이해 없이 '감'으로 ‘몸’으로만 느끼고 익히는 것은 현대예술에서 볼 때 예술보다는 ‘기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예종 측은 바로 이 점을 들어 지난 일년여 간 기능인이 아닌 전인적인 예술가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유지해왔다. 문화부를 위시한 보수 문화단체들은 기존의 예술관을 명분삼아 한예종의 이론 및 통섭 사업에 대해 제동을 걸어왔다.

여기에 한국에서는 어느 분야에서나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좌파’의 굴레가 덧씌어져, 그 결과로 황지우 총장이 물러나고, U-AT(유비쿼터스-아트 테크놀로지) 통섭교육사업을 주도했던 미래교육준비단의 심광현 단장과 전수천 부단장은 중징계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문화부는 현재 한예종 설치령 제3조 ‘예술영재교육과 체계적인 영재실기교육을 통한 전문예술인 양성’을 들며 실기 위주로 한예종을 재편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한예종은 ‘예술실기 및 예술이론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대학과정에 상당하는 교육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설치령 제2조 1항을 근거로 이론교육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한예종의 이론과가 축소 폐지되거나 통섭 교육이 중단되는 그 사실 자체가 아니다. 한예종은 세계적인 예술가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며 실제로도 6개원에서 수많은 성과를 거두어왔다. 적어도 예술교육에 있어서만큼은 국내에서 가장 대안적은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국가의 백년대계’도 이념을 중심으로 한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모습이 많은 식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한예종이 분산, 와해되어 예술기능인만 육성하는 콘서바토리로 만든다는 소문마저 나도는 지금, 지난 세기 나치가 바우하우스를 해산시킨 사실은 그저 기우만은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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