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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예술의 전통을 조롱하다
[음악과 미술의 하모니] (10) 뒤샹과 사티
패러디와 일상생활 소재 활용한 작품 활동 새로운 시각 제시





노엘라 / 바이올리니스트 겸 음악 칼럼니스트 violinoella@hotmail.com





(좌)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우) 사티 (erik satie)


뒤샹과 사티는 ‘예술이 허용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무엇을 예술이라 규정지을 수 있는가?’ 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사회에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이들의 작품은 모두 다다이즘에 준하고 있는데 다다이즘은 제 1차 대전 말기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시작된 예술운동이다.

다다이스트들은 당시 사회의 관습, 이성, 권위적임을 비판하고 거부함과 동시에 기존의 예술 또한 부정하고 반대했다. 이들은 이성적으로 계획되고 짜여진 형식보다는 우연성, 무의식적인 것과 무의미함에 더욱 더 그 가치를 두었다.

패러디의 대가

뒤샹과 사티는 이러한 기존 예술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의 일환으로 기존 예술을 패러디해 작품을 제작하였는데 뒤샹의 대표적인 패러디 작품으로는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패러디 한 ‘L.H.O.O.Q’가있다. 뒤샹은 다빈치의 모나리자에 수염을 그려 넣어 남자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제목을 ‘L.H.O.O.Q’라고 지었다.

이 제목을 프랑스어로 읽으면 “그녀는 뜨거운 엉덩이를 가졌다”라고 발음이 된다. 이 작품은 예술작품 역사상 최고의 가치를 가지고 있던 다빈치의 모나지자 즉, 과거의 예술, 권위주의적 사고방식, 고정관념 등에 대한 조롱이며 반발이었다. 이 충격적인 작품은 엄청난 스캔들을 일으킴과 동시에 새로운 관점과 시각을 열어주는 계기가 된다.

사티 역시 고전주의 작곡가 클레멘티의 곡을 유머러스 하게 패러디하고 ‘관료적인 소나티네’라는 새로운 제목을 붙인다. 아카데미즘을 반대하고 전통예술을 반대했던 사티 역시 이 곡을 통해 관료적인 사회와 형식을 중요시 했던 전통예술에 대한 풍자를 표현하며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1-뒤샹, 샘
2-뒤샹, 자전거 바퀴
3-사티-vexations
4-뒤샹, Reprodution of L.H.O.O.Q.


사티는 그의 곡들에게 ‘바싹 마른 태아’, ‘지긋지긋한 고상한 왈츠’, ‘차가운 소품 집’, ‘개를 위한 엉성한 진짜 전주곡’ 등 기이하고 풍자적인 타이틀을 붙이고 연주자들에게 연주법을 표시해주는 주석에는 “잠시 홀로되기” “마음을 열고” “치통이 있는 나이팅게일 새처럼” 등 난해하고 신비로운 표현들을 써 놓았다.

사티와 뒤샹은 또한 일상생활의 소재를 예술로 끌어들여 새로운 예술의 범위를 정의하게 되는데 사티의 ‘파라드’라는 발레 음악에서는 타자기, 사이렌, 비행기 프로펠러 소리 등이 등장한다. 그는 일상의 소음들을 음악에 접목시킴으로써 음악계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다.

그의 이러한 소음에 대한 시각은 훗날 “소음도 음악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한 존케이지에게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뒤샹 역시 미국의 앙데팡당 전에 일반 남성용 변기를 뒤집어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 전시해 세상을 경악하게 했다. 이 밖에도 뒤샹은 자전거바퀴, 의자, 새장, 설탕막대, 온도기 등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기성품(Readymade)들을 예술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하며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뒤샹은 기성품을 그 기능을 요구하는 곳으로부터 분리시켜놓으면 우리는 그 물건에 대한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그 사물을 볼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을 그의 작품들을 통해 증명하고자 했다. 그의 기성품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훗날 팝 아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뒤샹의 일상생활의 기성품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라는 새로운 시각과 기본적인 개념을 같이하는 맥락에서 사티는 음악도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구처럼 굳이 집중해서 들으려 하지 않아도 되는 백그라운드 음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사티는 ‘가구음악 (Furniture Music)’ 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는데, ‘가구음악’이란 가구처럼 그 공간에 그저 존재하는 음악, 굳이 집중해서 들으려 하지 않아도 되며 듣고 싶으면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이란 뜻을 지닌다. 이는 전통적인 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개념으로 훗날 공간의 무드를 창조하는 ‘공간음악’의 선구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들은 또한 둘 다 가명을 사용했는데 뒤샹은 자신의 작품 ‘샘’에 R. Mutt라는 이름으로 출품을 했고 ‘사랑, 그것이 인생이다’라는 뜻을 지닌 Rrose Selavy (에로스 세라비)라는 가명아래 여장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사티 역시 Virginie Lebeau 와 François de Paule 라는 필명으로 글을 기고했다.

이렇게 가명을 사용한 점, 일상 생활의 소재를 예술의 분야로 끌어들인 점, 뛰어난 실험정신으로 용감한 시도를 한 점, 후세의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선구자라는 점 등에서 이들은 많은 공통점을 지닌다. 뒤샹과 사티, 그들은 모두 각각 미술과 음악이라는 분야에서 전통 예술을 부정하고 예술에 대한 가치를 재 조명하며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 20세기 미술과 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로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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