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입구를 막은 거대한 풍선으로 관람객은 기어서 파르나스 갤러리 안으로 들어서야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그들을 처음 반겼던 것은 붉은 선혈이 맺힌 갓 도살된 소머리였다. 이어지는 16개 테마의 전시 속에는 이전의 전시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었다. 13대의 텔레비전은 관람객이 직접 조작할 수 있었고 4대의 피아노는 악기라기 보다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변형시키는 반전통적인 방식으로 변모했다.

1963년, 이 도발적인 전시의 주인공은 6년간의 독일유학생활을 정리하는 백남준이었다. ‘음악의 전시-전자텔레비전’라는 제목으로 열린 그의 첫 개인전은 ‘비디오 아트의 기원’으로 평가받아왔다. 음악과 미술의 경계를 넘는 ‘통섭’을 처음으로 선보이며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 전시는 이후 뉴욕으로 향한 백남준 작품 세계의 시초로 기록된다.

백남준아트센터의 두번째 기획전 ‘신화의 전시-전자 테크놀로지’는 백남준의 역사적인 첫 개인전을 재해석, 재창조하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그의 사상과 예술 속에 내재한 특이성들을 분석해 그간 가려져 있었던 백남준의 ‘잃어버린 고리’를 탐문하는 것”이라고 기획자는 말한다.

당시 백남준 전시의 16개 테마를 변주해 만든 줄거리는 테크놀로지와 예술, 인류학의 내적 연관을 통해 예술의 대칭성을 찾아간다. 백남준은 물론이고 물론 ‘차마고도’의 다큐멘터리 작가 박종우, 마르커스 코츠, 홍철기 등 국적을 가리지 않는 22명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백남준아트센터 제1,2전시실에서 6월 12일부터 10월 4일까지. 031)201-8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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