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에 관한 독특하고 진지한 실험을 해 온 안중경이 ‘또 다른 빛’을 선보인다. 빛이 없는 그늘 안에서 측백나무 스스로가 내뿜는 빛이다.

안중경의 측백나무는 어린 시절 동네 공터나 길가에 아무렇게나 자라나고,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어디선가 자라고 있던 끈질긴 생명력으로 각인된 작가 자신의 투영이기도 하다. 작가는 컴컴한 그늘 속의 측백나무에 이글거리듯 불타오르는 붉고 푸른 기운의 색을 더하여 빛으로 인해 변하지 않는 대상 그 자체의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한다.

그의 측백나무 그림은 매우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한 편으로 추상적이고 또 평면적이면서 동시에 입체적이어서 보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사유의 상(象)을 그리게 한다.

푸른색 주조로 냉철한 사유와 행위의 접점인 “그늘의 끝”과 붉은색 주조의 열정과 감성으로 된 “붉게 타는 나무”, “빛의 정점”에서 작가의 새로운 회화와 삶의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세오갤러리에서 6월 25일까지. 02)583-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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