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뉴스' 패러디 14년만에 부활… 여론은 곱지 않은 시선

1980년대엔 ‘땡전뉴스’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땡전뉴스는 제5공화국 전두환 정권 시절의 보도를 지칭하는 말로, 9시 시보가 ‘땡’ 하고 울리면 앵커가 바로 ‘전두환 대통령은…’이라는 멘트로 뉴스를 시작한 데서 유래된 말이다. 당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정부가 대통령의 소소한 소식까지 무조건 뉴스의 처음에 내보내도록 방송국에 종용한 까닭이다.

안방에서 시청자들이 원치 않는 소식을 상당 시간 동안 억지로 듣고 있을 때, 극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본 영화 상영 전 관객들은 보기 싫어도 국가 정책을 홍보하는 ‘대한뉴스’를 관람해야 했다. 하지만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민간 영화관에서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권위주의 정권의 잔재가 관객의 선택권을 무시한다는 여론에 따라 대한뉴스는 1994년 12월 31일 2040호를 끝으로 폐지됐다.

하지만 대한뉴스는 ‘대한늬우스’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25일 14년 만에 부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지난달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1953년부터 1994년까지 정부가 주 단위로 제작하여 나라 안팎의 소식과 정부의 정책 등을 극장에서 소개하던 대한늬우스가 재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 52개 극장 190개 상영관에서 상영되고 있는 대한늬우스는 ‘4대강 살리기’ 정책 홍보를 위한 것으로 ‘가족여행편’ ‘목욕물편’ 등 2편. KBS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 코너를 차용해 만들어진 이 영상물에는 개그맨 김대희와 장동민, 양희성이 출연 중이다.

이에 대해 여론은 비판 일색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한 네티즌(meur*****)은 “정부의 정책이 시종일관 거꾸로 가더니 정부 홍보도 15년 전의 독재시대로 돌아가려고 하나보다”라고 꼬집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의 청원 게시판에는 현재 4대강 살리기 홍보 ‘대한 늬우스’ 상영관 불매 운동’이라는 내용의 서명운동이 시작돼 700명에 가까운 네티즌이 서명했다.

서명에 참여한 네티즌 ‘초록’(chol****)은 “내 돈 내고 영화보면서 열받고 싶지 않다”고 분개했다. 그 외 네티즌들은 ‘생각하는 게 유신 논조’, ‘이 정부는 일방적으로 전하려고만 하고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소통방식에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대한늬우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곤혹스러운 것은 해당 극장들이다. 현재 대한늬우스를 상영하는 극장은 CJ CGV, 프리머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업체들. 이들 극장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일부 네티즌들은 문화부가 밝힌 대한늬우스 상영 계약 기간 동안 극장에 가지 않거나, 극장에 미리 전화로 확인한 후 대한늬우스 상영을 안 하는 곳으로 가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GV의 한 관계자는 “비판 여론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상영을 당장 중단해야 할 만큼 부정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불매운동으로 인한 예매율 감소의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비록 ‘대한늬우스’는 정부 홍보물이지만 일반 상업광고와 동일한 수주 과정을 거쳤고, 요즘 같은 시기에 회사에 도움도 되기 때문에 상영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비판 여론이 더 커지면 그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상영을 강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아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롯데시네마 관계자 역시 “홈페이지나 전화 예매율의 추이에서 눈에 띈 감소추세는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로서는 상영 중단의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CGV는 전국 20개 극장 내 80개 상영관, 롯데시네마는 11개 극장 내 52개 상영관에서 대한늬우스를 상영하고 있다.

한편 대한늬우스 상영과 관련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이달 2일 기자회견장에서 “대한늬우스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중단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유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 달만 하는 것이니 조금 가볍게 생각해줬으면 좋겠고, 그냥 광고로만 받아주셨으면 한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해당 부서인 문화부 홍보지원국 뉴미디어 홍보과의 임희오 주무관은 “오는 24일이 계약된 한 달째의 날이니 이날 전후로 집행 정지 및 추가 집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덧붙여 “대한늬우스는 사람들이 인식하는 바와 달리 ‘대한뉴스’의 부활이 아니라 그것을 코믹하게 패러디한 콘셉트인데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그는 전국에 2000개가 넘는 상영관이 있는데 대한늬우스가 상영되는 곳은 이중 10%도 안 된다며 여론의 반응에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도 그동안 정부의 정책과 집행방식에 실망해왔던 여론을 잠재우기는 어려워보인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지난달 24일 낸 논평에서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사업을 ‘4대강 살리기’로 포장한 것으로도 모자라 70년대식 여론조작 방식으로 극장에서 홍보하려는 데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격앙된 감정을 표출하고 “대한늬우스는 군사독재시절 국민 계도와 독재 유지 목적으로 악용돼왔으며, 4.19 혁명, 5·16 쿠데타나 광주민주항쟁 등을 당시 정권의 입김에 따라 왜곡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민언련은 “우리는 좋아하는 영화를 보려고 간 극장에서 우리가 반대하는 사업에 대한 홍보영상, 70년대 독재 냄새가 풀풀나는 정부의 홍보영상을 보고 싶지 않다. 즐겁게 영화를 보러갔다가 예상하지 못한 정부 홍보영상을 봐야하는 상황은 관객의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문화부가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관객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 간 영화관에서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내키지 않는 국정 홍보 영상을 접하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문화부의 해명과는 무관하게 과거의 권위주의 문화 정책으로의 회귀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