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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한국 형상미술의 궤적을 쫓다



(좌) 이흥덕 '용서의 cafe' (우) 이흥덕 '춘몽'


한 남자가 한 구석에서 펄떡거리는 장어 위에 칼을 내리치는 순간, 다른 구석의 늑대의 탈을 쓴 또 다른 남자는 눈치를 살피며 벌거벗은 여자를 겁탈한다. 블랙유머를 화폭에 담아낸 이흥덕 화백의 ‘난타’(2000) 속 장면이다.

1980년대부터 줄곧 소시민들의 일상에 내재된 폭력과 공포, 에로티시즘을 통해 사회를 해독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불안심리와 저항에 천착해온 이흥덕. 그의 작품은 그 자체로도 묘한 재미를 주지만 그림 구석구석에 숨겨둔 메타포를 찾아내는 재미는 순전히 감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오히려 그는 해석에 있어 한 걸음 물러나 있는 듯하다. 마치 그 자신도 감상자인 양.

심상용 미술 평론가는 이흥덕 화백의 작품 세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흥덕의 어조가 차라리 강한 비판 조였다면, 감상자들은 짐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 일상의 다반사가 수용과 순응, 타협과 협잡, 거짓과 선동으로 범람하고 있다고 외치는 것이라면,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흥덕의 회화에선 어떠한 외침도 들리지 않는다. 회화에는 어떤 경미하고 불확실한 징후, 불쾌하고 후덥지근한 어떤 긴장감, 또는 더욱 모호한 형태의 대립과 긴장감이 고작 배어 있을 뿐이다. 결론은 더더군다나 암시조차 없다. 긴장감, 해석의 부담은 고스란히 감상자의 몫으로 떨어진다. 관찰자 적 전망 안에서 해석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구상화의 형태를 보이지만 그 의미를 읽어내기 위해선 추상화 못지 않은 공을 들여야 한다. 작품에서 한참 동안 눈을 뗄 수 없는 이유이다. 1980년에서 2000년대의 작품까지 30여 년의 거대한 작품세계가 약 한 달간 전시된다. 9월 2일부터 29일까지, 3부에 걸쳐 최근의 작품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1부(9월 2일~10일)에서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의 작품으로 ‘저항’과 ‘풍경’을 그리고 있으며, 2부(9월 11일~19일)에서는 ‘까페’, ‘도시-만화경’이라는 테마로 1988년부터 2001년까지의 작품을 다룬다. 9월 20일부터 29일까지의 3부에서는 ‘불안의 80년대식 풍경’이 자리한다.

이흥덕의 개인전이 열리는 곳은 9월 2일 재개관하는 나무화랑이다. 1993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 최초의 대안공간으로 운영되었던 나무화랑은 폐관한 지 10년 만에 의미 있는 기획전을 가지고 관훈동에 다시 둥지를 텄다.

3년간 30년의 한국형상미술의 궤적을 쫓는 기획전시의 첫 주자가 이흥덕 화백인 것. 그를 비롯해 형상성에 주목해온 15명의 작가가 나무화랑의 기획전에 초대된다.

나무화랑 측은 이번 장기 기획전에 대해 “50대 작가들의 지난 30년간 주요 작품을 선별해서 전시하지만 회고전은 아니”라면서 “상업전략에 치중한 작가들이 아닌, 작가정신이 투철한 작가들이라는 점이 이번 전시의 포인트’라고 밝혔다.

각 작가의 작품을 30~40점 이상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한 작가의 작품 세계뿐 아니라 한국형상회화의 30년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라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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