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바흐 페스티벌바로크 시대를 완성한 두 작곡가 음악적 조우… '서로 다름'에 초점
교회음악에 전념하며 건반악기 주자이자 다성음악 작곡가로 알려진 바흐와 달리 상업적 성공에 주력했던 헨델은 오페라와 오라토리오로 유명세를 탔다. 영국에 정착한 헨델은 마침내 영국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존경을 받으며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혔지만 바흐는 멘델스존이 그의 가치를 재발견해 내기 전까지 잊혀진 존재였다. 살아 생전에 단 한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던 그들이 음악으로 조우하고 있다. 제3회 국제바흐페스티벌을 통해서다.
격년제로 열리는 국제바흐페스티벌은 올해의 테마를 '바흐와 헨델'로 정했다. 바흐와 동시대를 살다간 헨델의 서거 250주기를 기념하기 위함이다. 주최측인 한양대 음악연구소는 서양음악사에서 가장 빛나던 바로크 시대를 완성한 두 작곡가의 '서로 다름'에 초점을 맞추었다. 학술심포지엄과 더불어 바흐와 헨델 음악의 스페셜리스트들이 차려내는 고음악 성찬은 귀의 호강을 넘어, 정신적 허기마저 채우는 듯하다.
축제의 첫 막은 유럽의 고음악계가 반한 소프라노 임선혜가 걷어 올렸다. 10월 16일과 17일, 각각 헨델과 바흐를 기리는 레퍼토리로 유럽 고음악계의 주목받는 신예 지휘자인 매튜 홀스가 레트로스펙트 앙상블을 이끌고 임선혜와 호흡을 맞추었다.
이번 축제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공연은 평생을 바흐에 헌신해 온 헬무트 릴링의 공연이다. 칼 리히터와 더불어 바흐 해석에 양대 산맥으로 군림해 온 그. 자신이 이끄는 합창단 게힝어 칸토라이와 바흐 콜레기움 슈투트가르트, 그리고 70여 명의 솔리스트와의 첫 내한공연이다.
쳄발로와 류트로 각각 열리는 독주회는 쳄발로와 류트 거장의 연주를 통해 고악기의 매력에 흠뻑 취해볼 수 있는 자리다. 쳄발로에서 발현되는 예술의 정점 오른 봅 판 아스페렌의 쳄발로 독주회는 프로베르거, 퍼셀, 헨델, 푸랑수아 쿠프랭, 그리고 바흐에 이르기까지 쳄발로 음악이 만개했던 시기의 음악을 들려준다.
러브콜 4년 만에 단 한 차례의 연주를 위해 내한한 홉킨슨 스미스는 류트가 가진 기품과 예민함을 가장 잘 표현하는 연주자로 꼽힌다. 류트의 여린 흔들림까지도 연주에 담아낼 줄 아는 그의 류트 연주는 이제 완전히 무르익었다는 평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엔 당대 연주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언젠가부터 조르디 사발, 필립 헤레베레, 르네 야콥스 등 고음악 지휘자들의 이름이 낯설지 않게 됐다. 그 시작이 언제였는가를 따라 올라가보면 국제 바흐 페스티벌과 만난다. 조르디 사발과 필립 헤레베레도 이 축제를 통해 내한공연을 했고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역시 국제 바흐 페스티벌에서 국내 초연했다.
당시만 해도 낭만음악과 고전음악이 클래식 레퍼토리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 불어온 신선한 바람이었다. 이제 당대 연주는 유행을 넘어서, 클래식 음악계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 바흐 페스티벌이 5년 사이에 이룬, 결코 작지 않은 성과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