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연 개인전'설화'서 '현실'로 전환… 자본주의 문명의 폐단 예리하게 환기

'사막에 가자', 2009
"주변 일상을 소재로 한 것은 내가 경험한 것에 '진실'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파리에서 활동 중인 민정연 작가는 10일부터 공근혜갤러리에서 갖는 개인전(불안한 아름다움)을 앞두고 자신의 전시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파리의 한국작가전>에서 마주한 민 작가의 작품은 여전히 일상과는 거리가 있는 '신화(설화)'에 머물렀다.

민 작가는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첫 개인전을 연 2004년까지 다분히 설화적이었고 이후 몇차례 변화 과정을 거쳤지만 크게 탈각하진 않았다. 아마 민 작가가 가까이 한 프랑스의 철학자 질 될리즈의 사상, 즉 '생성'과 '차이' 라는 담론에 내재한 자극과 여기서 파생된 상상의 세계에 오래 천착한 까닭일 터다.

그런데 이번 전시는 설화에서 불쑥 현실로 나와 관객을 자극하고 일깨우는 모양새다. 작가가 '일상'이라는 공간에서 공존하는 관객에게 '불안한 아름다움'을 전하는 것이다. 그 방식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소외와 고독, 굴뚝공장의 공해 등 자본주의 문명의 폐단을 예리하게 환기시키는 식이다.

왼쪽부터 '산책2', 2009, '어느 씁쓸한 오후', 2009.
작품 <산책 2>는 평화롭게 개를 산책시키고있는 한 남자의 머리 위로 뭉게 구름이 아름답게 피어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 구름의 근원지는 공장지대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물이다. 작가가 산책을 하다가 주변의 공장 매연을 목격하고서 느낀 문제의식을 표현한 것이다.

<어느 씁쓸한 오후>는 갈림길에서 늘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내적 갈등을 이야기하고자 한 작품으로 버려야 하는 것에 대한 씁쓸한 심정을 오렌지 색으로 아련하게 표현했다. <사막에 가자>는 문명화된 도시의 폐해를 안고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극복 방법으로 스로가 주체가 되어 개척해 나가는 사막의 도시를 제시하고 있다.

'설화'에서 '현실(일상)'로 전환한 계기를 묻자 민 작가는 "내 관심이 일상적인 생활에서 그림의 주제를 발견하는 데 집중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질 될리즈 철학에서 일상의 의미를 찾았다고 덧붙인다.

이렇게 민 작가는 일상에서 무의식적,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낯선(모순된) 현실의 실재를 보여줌으로써 자아를 찾고 세상의 진실을 제시한다. 전시 테마가 '불안한 아름다움'인 이유다.

신작을 들고 일상의 진실을 전하는 민 작가의 '아름다운' 전시는 12월 6일까지 이어진다. (02-738-7776)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