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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자생적 삶을 꿈꾸다

옥상공방부터 대안기술센터까지 덜 소비하고 만들어가는 생활 제안
  • 1-'소형 풍력 발전기로 자전거 전조등 만들기' 워크숍 참가자가 자신의 자전거에 달 풍차의 날개를 스케치하고 있다. 2-지난달 31일 서울 홍대앞 서교예술실험센터 옥상공방에서는 '소형 풍력 발전기로 자전거 전조등 만들기' 워크숍이 열렸다. 3-'소형풍력 발전기로 자전거 전조등 만들기 '워크숍 4-공공작업장인 옥상공방에 갖춰진 공구들
"이게 모터인데요, 날개를 달아 돌리면 이 안의 자석과 그것을 둘러싼 코일 간에 정전기가 발생하는 겁니다."

박진휘 씨가 풍력 발전의 원리를 설명하는 이곳은 교실이 아니다. 주말 기분에 한껏 들뜬 서울 홍대 앞,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옥상공방'이다. 초등학생부터 30대 회사원까지 1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물리학 기초 수업이라도 들으러 온 것일까?

"보여드리려고 제가 미리 준비해 봤어요."

박진휘 씨가 성인 남자 키의 반만 한 풍차를 들어올리자 사람들이 일제히 웅성거렸다.

"저, 그건 제 자전거보다 큰데요."

  • 1-워크숍 강사 박진휘 2-기술대안센터의 대안에너지 워크숍 3-민중의 집에서 여는 다정한 시장
"하하. 이건 이해하시기 쉽도록 크게 만든 거고요. 각자 날개 크기와 모양을 적당히 정하시면 됩니다."

사람들이 나눠 받은 판자에 스케치를 시작했다. 사다리꼴에서부터 타원형까지 모양도 다양했다. 다들 진지한 눈빛이다. 날개가 달릴 자신의 자전거를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달 31일, 옥상공방에서 열린 '소형 풍력발전기로 자전거 전조등 만들기' 워크숍 풍경이다.

선생님의 가르침만 차근차근 따른다면 내 자전거에 각양각색의 날개와 루돌프 코처럼 빛나는 불빛을 달아주는 일은 어렵지 않다. 스케치한 날개를 잘라 모터에 달고 몇 개의 전선으로 전구와 연결하면 된다. 스스로 디자인하고 각 과정마다 정성을 쏟아 만든 것이니 흔히 구입할 수 있는 자전거 전조등과 같을리 없다.

워크숍 진행을 맡은 박진휘 씨는 "시중에 나와 있는 DIY 키트들은 대부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과학 교재용이어서 부품이 부실한 데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옥상공방은 서울시 창작공간의 하나인 서교예술실험센터에 입주한 공공미술 단체 '문화로 놀이짱'과 '퍼블릭아트 고물상'이 함께 차린 공공 작업장. 필요한 누구라도 쓸 수 있도록 전기 드릴부터 톱까지 온갖 공구들을 갖춰 놓았다. 공동 소유를 통해 소비를 줄이고, 구입하기보다 스스로 만들어 쓰는 자생적 삶의 방식을 전파하려는 취지다. 지난 9월 문을 연 후 목재 필통과 의자, 음향환경개선장치를 만드는 워크숍이 열렸다.

워크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완성된 물건뿐이 아니다. 가깝게는 톱 쓰는 법부터, 멀리는 낡은 물건을 고치고 간단한 물건은 만들어 쓰려는 의지까지 배운다. '소형 풍력발전기로 자전거 전조등 만들기'워크숍 참가자들도 공방에 있는 여러 공구들을 사용해보는 데 흥미를 느끼는 모습이었다.

문화로 놀이짱의 안연정 대표는 "톱질의 세계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집에서도 요모조모 쓸모가 많다"며 참가자들에게 톱 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참가자인 양원석 씨는 "다른 곳에서 하는 DIY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봤다.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몸을 쓴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런 워크숍은 부모가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여가 활동이기도 하다. 서교예술실험센터 근처에 산다는 엘리(가명) 씨는 초등학생 아들과 워크숍에 참가했다. 그는 "센터가 개관한 후 가끔 들르는데, 아이를 데려와도 괜찮겠다 싶었다. 이런 공간이 동네마다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옥상공방에서는 비정기적으로 워크숍이 열리며, 공구 사용법을 아는 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공구 사용법을 배우려면 5명 이상의 인원을 모집해 신청하면 운영자들이 가르쳐준다. 옥상공방 워크숍 일정과 사용 방법은 서교예술실험센터(http://cafe.naver.com/seoulartspace)와 퍼블릭아트 고물상(http://cafe.naver.com/artrecycling)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DIY는 자생적 삶의 철학이다"
워크숍 강사 박진휘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박진휘 씨는 자신을 '창작자'로 불러달라고 했다. 그가 최근 관심을 가진 일은 풍력과 태양열 등 대안에너지를 활용한 일상용품의 DIY 키트를 만들고 워크숍을 통해 퍼뜨리는 것. 창작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서다. 대안에너지와 DIY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자생하는 삶의 철학인데, 요즘은 오히려 소비 문화의 일부로 포섭돼 버린 데 대한 문제의식도 있다.

이번 워크숍 아이템은 어떻게 기획했나.

대안에너지에 관심이 많았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생각하다가 자전거 전조등을 골랐다.

이런 워크숍을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스스로도 자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찾고 있다. 옥상공방에서처럼 공구와 작업장을 공유하면 적게 소비하면서도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시작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워크숍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대안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생겼나.

대안에너지는 말 그대로 석유 소비를 기반으로 하는 삶의 대안이다. 대가 없이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새로운 수익 사업 아이템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이 많다. 해외에서는 가난한 이들도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대안에너지 설비 매뉴얼을 개발 공개하는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다. 그것이 디자이너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워크숍 여건은 어떤가.

일단 옥상공방 같은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많지 않다. 수익이 나지 않는 워크숍이기 때문에 기존 공간들을 대여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최근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이런 공공 작업장을 만들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자생적 삶의 기술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주변을 스스로 만들고 고치며 겸손하게, 나아가 창작의 기쁨까지 누리며 살고 싶다면 이런 공간의 문을 두드려볼만 하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교육 문화 공간 '민중의 집'(http://jinbohouse.net)은 공동체공방을 갖추고 있다. 헌 옷 리폼에서부터 수제 비누 만들기, 자전거 정비까지 다양한 '핸드메이드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생활 밀착형 기술을 배우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아는 사람도 없이 무턱대고 찾아가기가 어색하다면 민중의 집에서 매달 첫째 일요일에 열리는 '다정한 시장'부터 둘러보아도 좋다. 다정한 시장은 공공문화예술팀들과 동네 주민들이 물건은 물론 재능과 기술을 나누는 일종의 이벤트. 자투리 자재로 장난감을 만들고, 고장난 물건을 고치고, 다양한 방법으로 놀아드리는 '가게'들이 문을 연다.

서울 합정역 근처의 재활용품점 '기분 좋은 가게'(02-324-4191)에서는 헌 옷 리폼과 커텐, 테이블보 등 생활용품 만들기 강좌를 연다.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창작, 작업할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거점을 둔 디자인그룹 '노네임노샵'(http://www.nonamenoshop.com)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공공디자인에 뜻을 둔 디자이너들이 합심해서 공공작업장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안기술센터(http://atcenter.org)는 지역 공동체 같은 대안적 사회 체제와 결부해 자생적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공간이다. 그 이상은 환경 보전과 빈곤 퇴치, 평화 유지에서 경제적 자립과 에너지 위기 극복까지를 아우른다. 이를 구체화한 대안 기술을 개발, 보급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재생 에너지와 공동체 문화, 농사를 체험하는 캠프는 자생적 삶을 맛 보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바람 에너지, 태양 에너지, 바이오 디젤 등 대안 에너지 워크숍은 개인의 일상 속에서뿐 아니라 주변과의 연계 속에서 적극적으로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방안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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