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훈적인 내용보다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옛날 이야기 형식을 따르는 작품. 2007년부터 여태껏 롱런하고 있는 대학로의 스테디셀러.

공감대를 쉽게 형성할 수 있는 일반인들을 등장인물로 내세우는 기존의 연극과는 달리 중심 인물이 '귀신'과 '저승사자'다. 특히 귀신과 사채업자, 저승사자, 퇴마사의 사각 관계는 극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착한 일을 천 번하면 일 년에 한 번씩 서방님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이승을 떠도는 처녀귀신 김옥빈. 그녀에게 빌린 돈을 받으러 사채 회사 직원 박용우. 옥분을 짝사랑해 그녀를 도와주는 저승사자. 귀신을 퇴치하려 찾아온 퇴마사 장필연.

이 네 명의 사랑 이야기는 90분간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관객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저승사자의 순애보는 이 공연의 관람 포인트. 세 명의 남자와 처녀귀신이 벌이는 거짓말의 향연은 관객을 폭소의 도가니에 빠뜨린다.

처녀귀신 김옥빈 역을 맡은 배우 라미란은 연극, 뮤지컬뿐 아니라 영화 <친절한 금자씨>, <음란서생>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해 얼굴이 알려져 있다. 작품은 만화적인 상상력과 영화적인 편집이 가미돼 한층 더 극적이다.

결말부의 마지막 10분은 뮤지컬 형식을 차용,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이승과 저승이라는 시.공간적 배경의 해체로 인해 '코믹 호러 멜로'라는 독특한 장르를 표방한다. 10월 21일부터 11월 29일까지. 대학로 행복한 극장. 02) 741-6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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