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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메카 '셜록 홈즈의 집'

추리문학관을 찾아서
3만 5000권 장서와 북카페·열람실·공부방 등 다양한 공간 구성
  • 1- 문학관, 1층 전경
    2- 문학관, 3층 전경
    3- 문학관, 2층 전경
    4- 추리문학관 전경
    5- 문학관
지난 13일 경북도는 안동·영양·청송 등 경북 북부 지역에 '한국 근현대 문학 관광벨트'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2012년까지 3년에 걸쳐 조지훈, 이육사, 김주영 등 이 지역 대표 작가들의 생가와 작품 무대 를 문학관광벨트를 만든다는 것. 경북도는 안동의 이육사문학관~영양의 주실마을(조지훈)~감천마을(오일도)~두들마을(이문열)~청송의 '객주 테마파크(김주영)' 구간에 문학관광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경북도의 문학관광벨트 계획에서 보듯, 이제 문학작품과 작가의 생은 지역의 문화자원이 됐다. 전국을 여행하다보면, 지역을 대표하는 문학관 하나쯤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학관 1호, 부산의 대표 문학명소

그렇다면 국내 문학관 1호는 어디일까? 바로 1992년 부산에 문을 연 추리문학관이다. 추리문학 전문문학관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 6- 1947년에 발표된 김내성의 장편소설 '진주탑'
    7- 김내성 소설가
    8- 김성종 추리문학관장
추리소설가 김성종 씨가 사재를 털어 만든 사립 도서관으로 국내 최초의 전문도서관이란 타이틀도 갖고 있다. 만해문학관, 김유정문학관처럼 특정 작가를 테마로 하거나 토지문학관 태백산맥문학관과 같이 작품을 테마로 만든 문학관이 '대세'를 이루지만, 문학관 1호는 '추리소설'을 테마로 각종 소설과 관련 자료를 수집한 도서관의 모습이다.

지상 5층, 지하 1층의 이곳은 추리소설 1만 3000권을 포함해 약 3만 5000권의 장서를 갖추고 있다. 부산 지하철 2호선끝자락, 장산역에서 내려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10분을 들어가면 '셜록 홈즈의 집'이란 문패를 달고 있는 건물 앞에 선다.

차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북카페를 비롯해 열람실, 공부방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구비된 책이다.

어린 시절 "추리소설 좀 읽었다"는 30대 이상의 독자라면 누구나 기억할 '추억의 해문추리문고'는 표지만으로도 반갑기 그지없다. 추리소설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철학을 비롯한 인문과학서와 역사서, 각종 잡지와 신문까지 '문학'을 구심점으로 한 온갖 읽을거리가 넘친다.

3개 층에 걸쳐 세계 문호들의 사진 100여점이 걸려 있고, 도서관 한 자락에는 <셜록 홈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집필실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모형이 마련되어 있다.

1층, 2층이 차와 함께 책을 볼 수 있는 북 카페의 분위기라면 3층은 공공도서관 열람실 같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추리소설 창작교실과 한 달에 두 번 독서클럽 모임을 연다.

10여 년 전부터 운영해온 추리소설 창작교실은 수강생이 30명에 이른다. 김성종 작가가 직접 추리소설 이해, 추리소설 걸작읽기, 추리소설 작법, 추리영화 보기 등을 강의한다.

그의 지도를 받은 3명이 추리작가로 등단,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밖에 비정기적으로 문화강연을 열기도 한다고. 사재를 털어 개관한 곳이다 보니 입장료가 필요하다. 성인은 5000원, 학생은 3000원이다. 이곳을 이용하는 동안 차 한 잔은 공짜로 내어준다.

"전문도서관은 국가의 훌륭한 지적 자산"
김성종 추리문학관장

중·장년층이라면 1970, 80년대를 풍미했던 추리소설 작가 김성종을 쉽게 기억할 터다. 지난 1974년 한국일보 소설 공모에 <최후의 증인>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추리소설 작품을 쓴 그는 <여명의 눈동자>, <제 5열>, <나는 살고 싶다> 등 수많은 작품이 베스트 셀러였고, 특히 <여명의 눈동자>는 TV드라마로 제작돼 당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전남 구례출신의 작가가 처음부터 해운대에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다. 1989년엔 남천동에 터를 잡고 창작활동을 하다 1992년 이곳에 추리문학관을 개관했다.

- 문학관을 만든 계기가 있었나?

"우리나라의 도서관들은 거의가 일반적인 공공도서관이다. 문화기반시설로서 매우 귀중한 자산이지만, 보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독일의 칼 마르크스 도서관처럼 전문화된 도서관이 국가의 훌륭한 지적 자산으로 문화발전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전문도서관은 특성상 그 분야의 전문가가 세우고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는 소설, 특히 추리 소설을 주로 쓰는 사람이니까 전문 도서관으로 추리문학을 선택한 것이다. 지금은 작가나 작품을 딴 문학관이 국내 많이 생겼지만, 추리문학관을 지을 당시만 해도 문학관이 없었다."

- 국내 많은 문학관 중 1호가 '추리문학'을 테마로 한 곳이란 점이 독특하다. 추리문학은 장르문학, 이를테면 주변문학이라는 시선이 있는데. 사재를 털어 추리문학관을 만든 이유가 뭔가?

"국내는 추리소설 작가가 활동하기 힘든 환경이다. 학교에서도 순수문학만이 문학인 것처럼 가르치지 않나. 외국에는 자유롭게 공존하거든. 문학은 자유롭게 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하거나 도태되는데, 국내는 추리소설이나 SF, 순문학 외적인 부분은 발달할 여지가 적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추리작가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해서 만들었다."

- 사립문학관으로 규모가 상당하다. 장서는 어떻게 구비했나?

"직접 방문한 사람들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고 말한다. 장서는 3만 5000권 가량인데 거의 사재를 털어 구입했다. 추리문학관이라고 하지만, 인문, 사회과학, 역사서, 아동도서까지 문학 주변의 책들은 모두 사들인다."

- 이용자들은 주로 누군가?

"부산, 특히 해운대구에 사는 시민들, 주말이면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가끔 이렇게 추리문학관을 구경하러 다른 지방에서도 찾아오고. 소설 창작 교실 수업의 학생은 대다수가 여성이다."

- 17년째 운영하면서 애로사항도 있을 텐데.

"문학관을 열고나서는 외국에 나가서도 오래 있지 못한다. '청소는 잘되어 있나? 책 정리는 잘 되나?' 하는 마음 때문에(웃음). 이곳이 지역 문화자산이 됐다는 자부심은 있지만, 전문도서관의 경우 개인이 자신의 사재를 털어 설립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설립 후에도 계속해서 운영비를 지출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국가나 시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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