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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필레이션, 음반시장 대안인가

불황기 타개책으로 인디밴드·신인가수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
  • 힐리스 커피 컴필레이션 앨범
회사원 정예진(32·여)씨는 지난달 31일 점심시간에 재즈음반을 구입했다.

정 씨가 음반을 산 곳은 음반매장이 아닌 커피전문점. 음반을 산 장소만 독특한 것이 아니다. 음반의 내용은 한 가수나 팀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앨범에는 여러 팀이 연주한 재즈 연주곡이 들어있다. 이 커피숍에서 자주 트는 음악의 모음집이다. 불황으로 얇아진 주머니 사정 탓인지 정씨 외에도 앨범에 관심을 보이는 손님들이 많이 있었다.

정 씨는 "커피숍에서 나오는 노래를 계속 듣고 싶어서 앨범을 샀다"며 "보통 컴필레이션 음반을 사면 한두 곡만 듣고 나머지는 건너뛰었는데, 요즘 나오는 것들은 대부분 질적으로 균일해 망설이지 않고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컴필레이션 음반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불황기 음반시장의 타개책, 대규모 마케팅에 목마른 인디밴드 노력의 일환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음악 창작자에게 실질적 이득을 되돌려 줘 창작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우먼 프로젝트 1기
▦커피숍 음악 컴필레이션 음반으로 소장

커피숍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컴필레이션 음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타벅스는 유니버셜 레코드와의 협력으로 스타벅스에 어울리는 재즈음악을 선별해 내년 초 판매할 예정이다.

이 음반에는 다이아니 크롤, 루이 암스트롱, 엘라 피제랄드 등 유명 재즈가수의 노래 10~15곡이 들어갈 예정이다. 가격은 1만 2000원 선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커피숍 컴필레이션 음반에 대한 고객 반응은 매우 뜨겁다. 할리스 커피가 7월 출시한 컴필레이션 음반 '프레시 커피, 로맨틱 스페이스(Fresh Coffee, Romantic Space)'는 지금까지 1만여 장이 팔려나갔다.

이런 음반은 음원 유통의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히트곡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던 기존의 컴필레이션 음반에 반해, 의도가 뚜렷한 일관성 있는 기획이 호소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다국적 기업의 대명사인 미국의 스타벅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유니버셜 레코드와 공동출자한 자회사인 히어뮤직(Hear Music)을 만들어 컴필레이션 음반을 지속적으로 발매하고 매장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상당한 수준의 음악애호가로 알려졌다. 문화 CEO의 문화예술 안목이 마케팅에 접목된 덕에 커피숍에서 파는 컴필레이션이 등장한 셈이다.

최민우 대중음악 평론가는 "컴필레이션 음반은 원래 음원이 잘 팔리지 않으니 1~2곡 들어보고 살 것을 권하는 샘플러(Sampler) 성격으로 특히 불황기에 시도가 많아진다"며 "일관적인 콘셉트로 기획한 컴필레이션 음반은 마니아층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컴필레이션, 인디밴드 활로 성격도

컴필레이션 음반은 음악성은 있지만 자본은 없는 인디밴드나 신인 가수가 힘을 합쳐 마케팅 차원에서 '규모의 경제'를 발휘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연예기획사 시니즈 엔터테인먼트(대표 이혁준)는 내년 초 가수를 꿈꾸는 30대 일반인 여성을 모집해 우먼 프로젝트 2기 컴필레이션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다.

시니즈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3월 우먼 프로젝트 1기를 선발해 컴필레이션 음반을 발매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여성은 주부, 성우, 성악가, 기업 대표, 약사 등 가수를 꿈꾸던 이들이다.

인디밴드 역시 컴필레이션 음반으로 공동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루이스 스케일' '이터널 스프링' '땅콩밴드' 등 대구지역 인디밴드는 10월 컴필레이션 음반 를 발매했다.

서울대 출신의 인디밴드가 중심인 붕가붕가레코드는 2004년부터 소속 밴드의 컴필레이션앨범을 지속적으로 발매해오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두드러져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창작의지 순효과는 의문

컴필레이션 음반이 정규 앨범 이상의 인기를 끄는 경우도 있다. 인기가수 베스트 앨범은 한 가수의 음악 인생을 단계별로 정리하고, 미처 알리지 못했던 음악세계를 재조명하는 효과를 낸다.

그러나 컴필레이션 음반 발매가 창작자에게 실질적인 수익을 되돌려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는 순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컴필레이션 음반은 공짜'라는 등식 속에서 유통·제작사는 홍보효과를 누리지만 음원 창작자의 수익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은품 개념으로 급조된 수준미달의 컴필레이션 음반이 남발돼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최규성 대중음악 평론가는 "서태지 15주년 기념 컴필레이션 음반 품절현상에서 보듯이 컴필레이션이 음반 유통의 수단으로 주목받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불황 타개의 적극적·매력적 마케팅 수단으로 쓰이는 컴필레이션이 소비문화에서 소장문화 단계로 나아가야 진정한 음반 유통의 대안 채널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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