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특성·작품 특징 따라 최적의 관람 위치 달라져

볼 만한 영화와 공연이 많은 연말연시, 관객은 다양한 선택지 앞에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더욱 비싸진 요금을 감안하면 한 번의 선택으로 최선의 관람을 해야 한다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운이 안 좋은 경우, 모처럼 큰 마음 먹고 비싼 좌석을 예매하고도 지나친 화면 크기나 소리 울림 때문에 오히려 불편한 관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조건 비싼 좌석을 선택하기보다는 장르의 특성이나 작품별 특징에 따른 상황별 선택이 최적의 관람을 돕는 지름길이 된다.

진화된 상영 환경, 알고 가야 낭패 없어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아바타>는 여러 가지 면에서 혁신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흥행 면에서는 <타이타닉>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처음 공개됐을 때 평단과 관객의 한결같은 찬사는 <매트릭스> 이후 처음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아이맥스 상영관의 인기다.

그동안 3D 아이맥스용 영화를 표방한 작품은 있었지만 아이맥스 상영관 관람을 위해 전용관 예매를 고집하는 현상은 흔치 않았다. 아이맥스 DMR 방식으로 상영되는 <아바타>의 경우 최고 1만6,000원이나 하는 비싼 요금이지만, 오랜만의 걸작 출현에 관객은 1월 중순까지 대부분의 아이맥스 상영관 좌석을 매진시킨 상태다.

영화 '아바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들은 관람을 조금 미루더라도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한 번에 제대로' 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관람을 한 관객들도 재차 관람을 위해 더 좋은 상영 환경과 좌석 정보를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최적의 관람을 할 수 있는 좌석의 위치와 이제까지 특별히 대중적인 관심을 받지 않았던 첨단 상영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생긴 극장들은 관객의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도록 지어졌기 때문에 특별히 '나쁜 자리'는 없다. 대신 상영관마다 최적의 화면과 음향을 즐길 수 있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은 있다. 바로 스크린 가운데서 상영관 뒤 끝까지의 직선거리에서 3분의 2지점이다.

특히 두 개의 렌즈가 동시에 다른 각도에서 찍어 입체감을 만들어내는 기법으로 촬영된 3D 입체 영화는 기본적으로 정면 관람이 유리하다. 이런 영화를 일반 극장에서 볼 경우는 중간보다 차라리 제일 뒷자리가 낫다. 한 눈에 입체 영상을 다 포착하기 위해서는 넉넉한 시야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3D방식으로 디지털 전용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경우엔 두 개의 영상이 좌우에서 번갈아 쏘기 때문에 상영관 내 어느 위치에서나 어디서나 비슷한 관람을 할 수 있다. 반면 스크린이 살짝 휘어있는 아이맥스 DMR(Degital Media Remastering) 상영의 경우는 입체감이 최대치가 되는 정중앙에서 스크린 앞 3분의 2 지점이 좋은 자리로 추천된다.

공연 장르에 따라 맞춤 선택해야

영화관에서 스크린과 가까운 자리는 시야가 좁아져서 꺼려지지만 공연장의 앞자리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인식이 있다. 뮤지컬 공연에서 제일 앞자리는 예매 시작과 함께 마니아들에 의해 선점된다. 이유는 하나,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컬 스타를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객석으로 내려온 배우들과 접촉을 하거나 무대 위로 이끌려가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중극장에서 대학로로 옮긴 <아이 러브 유> 역시 맨 앞줄 1열에서 3열까지가 가장 먼저 팔린다. 무대와 좌석이 밀착되어 있는 소극장의 특성상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배우와 직접 대화가 가능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 대학로의 호러 뮤지컬 <이블데드> 역시 1열부터 3열까지가 인기 좌석이다.

공연이 시작과 함께 좀비들이 관객들에게 피를 뿌리고 옷에 피를 문지르는 행동으로 재미를 유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반면 <헤드윅>의 경우 가장 먼저 매진되는 자리는 앞자리가 아닌 2~3번째 줄의 통로 좌석이다. 주인공이 관객의 의자에 직접 올라와 관객과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등 화려한 무대장치가 장관인 대형 뮤지컬은 1층 5열 뒤쪽이나 2층 앞쪽 자리가 좋다. <오페라의 유령>의 경우 1층 4~5열 중앙은 이미 잘 알려진 명당이다. 1막 엔딩의 샹들리에 추락 씬에서 샹들리에가 머리 위쪽으로 떨어지는 생생함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최근 공연되고 있는 샤롯데씨어터에서는 2층 1~3열이 새로운 명당으로 떠올랐다. 극장 천장의 샹들리에와 엔젤상, 무대 전체를 가까운 거리에서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여서다.

클래식 공연에서 상대적으로 연주 소리가 크지 않은 독주나 실내악의 경우 1층 앞자리가 선호된다. 피아노 독주회의 경우 기본적인 '좋은 자리'의 기준은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보이느냐'의 여부다. 일부 애호가들은 손보다는 화려한 페달링을 보기 위해 특히 앞좌석 중에서도 왼쪽 자리를 선호하기도 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샹들리에 장면
하지만 실제로 현을 통해 소리가 뻗어나가는 방향이 오른쪽이라 오른쪽 좌석의 음향이 더 섬세하다는 반응도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피아니스트의 손놀림을 볼 수 있는 1층 왼쪽 앞좌석이나 무대 뒤 합창석 왼쪽 좌석의 표가 1층 중앙의 VIP석보다 먼저 팔려나간다"고 말한다.

오케스트라의 경우 너무 앞자리는 좋지 않다. 특정 악기군의 소리만 두드러지게 들리거나 악기의 '생소리'가 거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1층 중간 이후 뒷자리가 조화로운 음색을 즐기기에 좋다고 말한다. 오페라 공연 역시 앞쪽 자리는 '비추'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에 성악가의 목소리가 묻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오페라 공연에서는 무대가 한 눈에 보이면서도 악단의 연주와 성악가의 노래가 조화를 이루는 2층 앞쪽 좌석이 가장 좋은 자리로 꼽힌다.

발레 공연은 작품별로 위치 선택을 달리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1층 앞자리가 무용수들의 표정과 동작을 자세히 볼 수 있어 인기가 있지만, 대형 군무 장면이 있는 작품의 경우 오히려 1층 뒷좌석이나 2층 앞좌석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