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ctus No.47'
한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 이광호 작가의 개인전. 연작에서 작가가 대상이 되는 인물과 대화하면서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심상까지 표현하려 했다면,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에서는 대상을 정하고 그것을 사진으로 촬영한 뒤, 관찰과 모사를 병행해서 작품을 완성해 가면서 작가 자신의 내면의 욕망을 표출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나이프로 긁어내기도 하고, 붓으로 표면을 문지르기도 하고, 두드리기도 하면서 그것이 일종의 추상적 면 혹은 색의 덩어리가 될 때까지 극대화 시켜나간다.

전시장 이층에선 풍경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풍경화에서 다루는 대상은 자연의 이곳 저곳에서 발견되는 빈 공간들이다. 여기에는 숲과 주변의 수풀들,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바람의 움직임, 빛의 머무름 등이 있을 뿐이다.

특별히 아름답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은 장소를 선택하여 묘사한 풍경화 작업들을 가까이 다가가 보면 대상의 묘사는 사라지고 무수한 기계적 붓질과 나이프의 흔적, 물감의 층만이 보인다. 이는 <선인장> 연작에서 보았던 표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추상적인 표면일 뿐이다.

이처럼 <선인장>에서 <풍경화>로 이어지며 그의 작품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회화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그리기'라는 행위에 대한 치열하고도 끈질긴 탐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4월15일부터 5월16일까지. 국제갤러리. 02) 735-8449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