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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핀 꽃 위에 남긴 사진

정형우 사진전 <NA-飛, 지금 날다>
손숙, 강부자 등 무대 안팎의 예술가들 다양한 모습 포착
무대 위 배우와 무용수들을 그림자처럼 쫓던 카메라가 있었다.

한 여배우의 얼굴에선 허영심과 공허함을 끄집어냈고, 60대의 노 배우에게선 천진함을 거름망처럼 걸러냈다. 중년의 여배우는 관능미로 피어났고 고뇌로 주름진 작가의 얼굴엔 봄볕처럼 따스한 순박함이 묻어났다.

예술가들을 작은 프레임 속으로 들여왔던 그는, 이제 더 이상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어느 날, 홀연히 스스로 세상을 등진 탓이다. 서른아홉, 그가 담아내야 했던 절정의 순간은 지금도 무대 주변을 표류하는 듯하다.

그는 연극과 무용분야의 전문 사진작가인 故 정형우이다. 예술의전당, 월간 <객석>, 월간 <아트뷰> 등을 통해 자신의 사진을 담아왔다. 20여 년 중 최근의 10년간을 무대 안과 밖의 예술가들에 주목했다.

그의 프레임에 포착된 이들은 손숙, 강부자, 윤석화, 박정자, 안석환, 김갑수 등의 한국의 대표적인 연극배우들이다. 김훈, 이외수 등의 작가와 장사익 전제덕과 같은 뮤지션, 이매방, 하용부 등의 춤꾼들도 있었다.

  • 연극배우 윤석화
유독 연극 연습현장을 좋아했던 그는 마지막까지 연극판을 떠나지 못했다. 늘 양손엔 카메라와 대본이 쥐어진 채로 현장에 나타나던 모습을, 여전히 많은 연극인들은 기억하고 있다. 작품에 대한 이해가 더 예리한 컷을 잡아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을까. 아니, 어쩌면 그는 테크닉으로 다듬어진 손가락이 아닌 가슴으로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는지도 모른다.

연극인들은 그를 이렇게 기억한다. "지금까지 어떤 사진작가도 성취해내기 어려웠던 무대 위의 광휘를 성공적으로 잡아낸 기량이 있는 작가였다."(연극 평론가 구히서),

"최종 리허설 때마다 극장에서 한없이 예민한 연출에게 그는 존재하지 않는 사진작가였습니다. 그는 그렇게 사진에 대한 욕심만큼이나 초긴장의 순간에 무대와 앙상블을 이뤄가며 셔터를 눌렀습니다."(연극 연출가 양정웅)

그는 안타깝게도 이곳에 없지만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사진만은 남았다. 그가 남긴 주요 사진을 모아 두 곳의 갤러리에서 라는 제목으로 전시회가 열린다. 양평의 사진전문갤러리인 '와' 갤러리(6.8~6.22)와 인사동의 '물파' 갤러리(6.16~6.23)다.

두 갤러리에서는 각각 '한국의 연극배우 展'과 무대 밖의 예술가들을 담은 '바람의 묵시록 展'이 열린다. 정형우 작가의 첫 전시는 비록 유고전이 되었지만, 그의 작품은 공연예술 분야 사진의 의미 있는 발자취로 기억될 것이다.

  • 소설가 이외수
  • 소리꾼 장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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