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스러움2'
이강용의 회화는 따뜻하고 서정적이다. 그림 속에 담긴 풍경들이 한없이 정겹고 고요하여 마치 한편의 맑은 시를 읽는 듯 오히려 시적이다.

그러한 감정을 주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그의 주제가 다소 쓸쓸한 배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강용은 마산에서 오랫동안 집요하게 파스텔만을 고집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정진해 왔다.

그는 파스텔 작업이 요구하는 많은 시간을 말없이 받아들이며 그 위에 청명하고 맑은 가을밤 하늘의 풍경을 옮겨 놓는다.

때로 그 풍경들은 애틋한 밤의 정적 속에 유희하는 듯 보이지만 그것은 그의 삶과 기억 속에 머물던 정적 속에 펼쳐진 힘겨운 풍경이기도 하며 그가 걸어온 길을 상징한다.

무수히 많은 손질로 다듬어진 그 풍경은 너무나도 정교하고 세밀한 붓 터치로 이국적인 야생의 밤을 강렬하게 떠올리기도 한다.

이제 그는 제비동자꽃, 할미꽃 같은 꽃들에게 마음을 주고 있다. 그는 이전에 고구마 꽃에게 보여주었던 거칠고 투박한 감정을 절제하면서 아무 말 없이 핀 꽃들을 따뜻한 손짓으로 어루만지고 있다. 우리에게 조용한 생각과 차분한 감정을 진지하게 전하는 힘이야 말로 이강용 그림의 가장 큰 매력이다. 5월31일부터 6월8일까지. The K 갤러리. 02) 3217-985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