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 대안 모색

CinDi 퍼스펙티브 섹션 출품작 _바람의 마타사부로 구로사와 기요시의 낭독기행
휴대폰과 디지털 카메라 등 생활 속의 미디어 도구들은 영상언어를 급속도로 해체하고 또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다. 최근 대안적인 성격의 영상페스티벌들이 보여주고 있는 관심도 바로 이 부분이다.

영화와 미술, 무용과 퍼포먼스, 문학과 영상의 만남 등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영상언어들의 모습을 두 영상페스티벌을 통해 들여다본다.

NeMaf, 새로운 탈 장르 영상을 찾습니다

영상에세이, 댄스필름, 포스트 다큐멘터리…. 액션영화도 멜로영화도 아닌 이들의 정체를 우리는 단지 '대안영상'이라고 뭉뚱그려 부른다. 하지만 기존의 획일화한 장르 구분만 있었다면 영화가 얼마나 재미 없었을까. 그래서 이 같은 대안 장르들은 더 의미가 있다.

영화의 장르가 단지 홍보사가 반복하는 몇 개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꾸준하게 이야기해온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은 10년 동안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NeMaf)을 주최하며 영화의 대안적인 장르를 탐색해 왔다.

CinDi 퍼스펙티브 섹션 출품작 _폐허의 예수 아오야마 신지의 낭독기행
'인디비디오페스티벌'을 계승한 NeMaf는 영상언어의 새로움을 발견한다는 모토로 영상과 미술의 경계를 허무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작품들을 소개해 왔다. 영상시, 댄스필름, 비주얼 퍼포먼스, 포스트 다큐멘터리, 비디오액티비즘 등이 그동안 네마프가 제안한 미디어 장르들이다.

10회째를 맞아 올해부터 국제행사로 거듭난 NeMaf는 올해도 탈 장르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뉴미디어아트 탈 장르전'을 통해 공개되는 리듬영상, 그래픽영화, 댄스필름, 영상 시 등의 대안장르 영화들이 그것이다. 1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담은 독특한 발상과 화면, 30분에 가까운 시간을 채우는 시적 여정은 기존의 영화 장르에서는 맛볼 수 없는 흥미와 고민을 함께 제공한다.

10회를 맞아 외형상 달라진 부분도 있다. 페스티벌의 성격상 그동안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올해는 영화제와 미술제의 성격을 분리했다. 하나의 페스티벌 속에 뉴미디어아트 영화제와 뉴미디어아트 전시제 등 두 개의 페스티벌이 있는 것.

뉴미디어아트 영화제는 전 세계의 공모를 통해 10대 1의 경쟁률을 거친 '본선구애전'이 우선 눈에 띈다. 특히 올해의 이슈는 음악영화로, 신진작가와 거장이 함께 보여주는 다양한 영상의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뉴미디어아트 초청전에선 '한국의 대안영화 10선'을 통해 국내 대안영상의 현재를 읽을 수 있다.

뉴미디어아트 전시제에서는 영상, 사운드, 넷 등 전시될 수 있는 모든 미디어 작품으로 공모를 받은 8인의 작가가 경쟁 전시에 나선다. 특히 전시제에서는 워크숍 행사가 많다. 애니메이션 작가 곽은숙이 진행하는 픽셀레이션 워크숍과 영상 작가 최진성의 뉴미디어 영상예술 이론 워크숍 등 관객과 함께하는 뉴미디어 워크숍이 영상언어의 다양함에 대한 자각을 제안한다.

NeMaf 뉴미디어아트 초청전 출품작 _중산층 가정의 대재앙
CinDi, 문학과 영상이 디지털 통로에서 마주치다

오는 18일부터 열리는 제4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이하 CinDi 영화제)는 디지털로 대변되는 영화의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주목하면서 영상언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영화제다. 올해 CinDi 영화제의 메시지는 '새로운 차원_New Dimension'. 영화의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 디지털과 3D라는 두 개의 D로 이루어진 좌표가 올해 영화제의 초점이다.

영화제 관계자는 "3D라는 새로운 차원이 갑자기 열렸음에도 이것이 축복인가, 저주인가 혹은 미학인가, 자본인가에 대한 질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단순히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에 대한 전면적인 고민을 해보자는 뜻"이라며 이번 페스티벌의 시선을 설명한다.

특히 퍼스펙티브 섹션과 CinDi 익스트림 섹션에서는 이런 디지털영화의 광대한 가능성이 첨예한 경계를 보여주고 있다. 퍼스펙티브 섹션에서는 영화의 옷을 입은 문학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바람의 마타사부로: 구로사와 기요시의 낭독기행>은 <큐어>와 <밝은 미래>, <도쿄 소나타>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새로운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은하철도의 밤>으로 유명한 일본 아동문학의 거장 미야자와 겐지의 <바람의 마타사부로>를 배우 고이즈미 교코가 낭독한다.

NeMaf 뉴미디어아트 초청전 출품작 _서브토피아 #1
<폐허의 예수: 아오야마 신지의 낭독기행>은 데뷔작 <헬프리스>, 최근작 <새드 베케이션> 등으로 해외에서 꾸준하게 주목받고 있는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작품이다. 현대 젊은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이시카와 준의 작품을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낭독한다.

국내에서 처음 상영되는 두 편의 낭독기행에 대해 CinDi 영화제의 정성일 프로그램 디렉터는 "구로사와 기요시와 아오야마 신지의 새로운 시도는 디지털의 중재를 통해서 문학의 교양을 어떻게 영화가 상속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할 것"이라고 소개하며 "디지털영화에 대해서 도구적 앎에 대한 담론만이 넘쳐날 때 이 영화들은 디지털영화의 예술적 앎에 대해서 질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CinDi 익스트림 섹션에서는 영상서신도 공개된다. <가와세 나오미의 서신교환>은 각각 스페인과 일본에서 살고 있는 이사키 라쿠에스타와 가와세 나오미가 비디오로 촬영된 영상 이미지들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인다. 지리적인 거리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미학적 경계 안에서 작업하고 있는 두 작가의 친밀하고 사적인 감정이 영상을 통해 이채롭게 전달되는 실험이다.

정성일 디렉터는 "이 영화들은 자기의 방법으로 디지털을 끌어안고 오늘날 시네마의 윤곽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그 가장자리까지 가서 물어보고 있다"고 설명하며 "종종 위험하고 부서지기 쉬운 이 모험의 기록은 동시에 영화의 윤곽을 더 멀리 밀고 나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NeMaf 뉴미디어아트 탈 장르 전 출품작 _세타파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