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꿈을 꾸었어'
동시대의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작가 문병두 역시 육체를 통해 인간을 사유(思惟)한다.

육체는 인간 연구의 장(場)으로, 많은 예술가들이 인간의 실존과 의식을 탐구하기 위해 몸 위에 새겨진 조형 언어에 많은 주목을 해왔다.

그러나 문병두는 다른 작가들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육체에 접근하고 있다. 그의 작업에 주로 등장하는 육체 혹은 동물들은 매우 능동적이며 유기적인 이미지를 지니며, 기존 인식의 틀을 벗어난다.

이를테면, 그는 사실적인 몸의 재현을 넘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를 통해 겉과 속 모두를 파헤친다.

철선이나 스테인리스 스틸을 용접하여 재현해낸 동물의 형상은, 이처럼 속을 훤히 드러내 보임으로써 오히려 실존에 한 발짝 더 다가간다. 그야말로, 남김없이 벌거벗는 것이다. 철선은 그저 최소한의 형상을 드러내는 구조물의 역할이자, 보이는 것과 가려진 곳의 경계로 존재하고 있다.

인간이기 이전에 자연의 일부인 사람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자연의 흐름에 반응하는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 작가는 이러한 흐름에 온 몸을 내맡기며, 자연의 바람 한 가운데에서 전율한다.

그럼으로써 그는 자연의 가르침에 한 발 더 다가가며 육체의 언어를 조각으로 새겨 넣는 것이다. 2010년 춘천현대조각초대전 작품상을 수상한 작가는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작은 우주를 꿈꾼다.

2010년 12월 30일부터 1월 18일까지. 갤러리 아트가. 02)722-6404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