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영 전시 'Going back home' 전네 번째 사진 연작 시리즈… 아버지의 부재 그리움 등 담아

The window, Digital C-Print, 120×82.44 cm, 2010
육중한 아날로그 텔레비전엔 더 이상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TV 위에 놓인 작은 담배 파이프에선 연기가 나지 않으며, 비상할 듯 줄에 매달린 독수리도 더는 숨 쉬지 않는다.

손때 묻은 가전으로, 입에 물던 취향으로, 박제를 모으던 취미로 이들과 호흡하던 아버지는 영원히 잠들었다. 다만 그들을 통해 아버지를 추억하는 딸이 있다.

사진작가 임선영은 집안에 남겨진 유품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30년 이상 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아버지가 임종을 맞은 곳이다. 갤러리 아트사간에서 열리는 임선영의 은 집에 돌아감으로써 선명해지는 아버지의 부재, 그를 향한 그리움, 죽음과 같은 인간적 숙명의 고리들과 주목했다. 낡은 물건들은 더불어 아버지가 활동하던 시대를 바라보는 창이 되기도 한다.

"아버지를 추억하다 보니 유품 속엔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보낸 시대가 투영됐어요. 서구화되던 1970~80년대는 담배 파이프와 박제에 담겼죠. 당시 아버지 취미이기도 했던 사냥과 박제는 히치콕 영화에도 나올 정도로 미국 호러 무비의 주요 오브제였거든요. 작은 전투기 모형도 어쩌면 박정희 군사정권의 산물이기도 하죠."

사회 안에서 온전히 홀로 존재할 수 없는 개인의 운명은 아버지라고 다르지 않았다. 이번 전시로 네 번째 연작의 시리즈를 알린 임 작가에게 세 개의 시리즈 전작이 있다.

Eagle, Digital C-Print, 120×82.44cm, 2010
자신과 타인의 몸을 통해 정체성을 탐구하는 , 거대 도시 안에서 조직화되고 구조화되는 개인의 현실을 바라본 <시스템 시티>, 프랑스에 사는 30대 싱글 남성들의 방안을 들여다 본 <그의 방> 등이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시리즈인 까지 임 작가는 일관된 시선으로 다양한 대상을 바라본다.

"지금껏 관심을 가져온 것은 구조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개인의 갈등이에요. 는 존재론적으로 우리가 어떤 틀 안에 있는가를 몸으로 보여줬고, 과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기도 해요. 아버지 역시 세상에 태어나고 떠나는 우주적 질서를 빗겨갈 수 없었지요."

얼굴을 가린 채 창 밖을 바라보거나 소파에 지쳐 쓰러진 셀프 포트레이트는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과 다름없다. 이번 전시를 통해 시리즈를 처음 선보인 임 작가는 앞으로 몇 점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시는 종로구 사간동의 갤러리 아트사간에서 이달 30일까지.


The Deep Bag, Digital C-Print, 120×82.44 cm, 2011
Antler, Digital C-Print, 120×82.44 cm, 2011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