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늙은 여자의 뒷모습'이 있다. 여자의 몸은 오랜 세월의 풍파 앞에 젊은 날의 모습을 잃었다. 혹자는 처연하다 할 것이고, 혹자는 아름답다 할 것이다.
앞모습을 볼 수 없으니 단정은 무기력해지고 상상은 풍부해진다. 흑백으로 찍힌 늙은 여자의 몸은 깊고, 조용하다. 관람객 앞에 말없이 놓인 뒷모습은 관람객에게 의도치 않은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앞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는 관람객을 볼 수 없다. 모델이 된 늙은 여인들은 사진이 걸리기 전 그 사실을 알았을 테다. 그러나 여자는 거기 서 있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일방적인 '시선의 폭력'을 감내한다. 과연 어머니의 포용력이다.
아무 장치도 없이, 까만 배경에 벗은 등을 보여주는 사진들은 보이는 것과 달리 꽤 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평론가 박영택은 "등은 텍스트다"는 말을 통해 <늙은 여자의 뒷모습>전의 의미를 축약한다. 관람객은 등마다 다르게 새겨진 주름의 깊이, 머리칼의 흐름을 통해 '늙은 여자'의 일생을 읽는다.
3월 23일부터 4월 10일까지. 공근혜 갤러리. 02)738-7776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