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풍경-I,II>전이 남극의 킹조지섬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고요한 항해-I>전에서는 우리에게 더 가까운, 그러나 닿지 않았던 섬들을 재조명한다.
작가는 사람의 손이 자주 닿지 않은 섬들을 찾아 풍경을 찍으며 섬의 이면들을 마주한다. 한 때는 폭격을 맞았지만 또 다시 고요한 평화를 누리기도 하는 섬들은, "시간의 무상함"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를 "한가롭고 깨끗한 섬 바람과 갈매기소리를 기대했던 나의 유람은 곳곳에 포탄의 흔적, 깨끗한 해변에 세워진 섬뜩한 용치(龍齒)를 만나게 되었지만, 여전히 삶을 튼튼히 이어가는 아름다운 흔적도 마주하게 된다"고 회고한다.
영상 작업 '검은 파도'와 일러스트 '검은 파도'는 모두 직접 해변에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줄 만큼 실재적이다. 영상 작업 '검은 파도'에서 들이치는 물은 당장이라도 관람객을 삼켜버릴 것 같고, 설치 일러스트 '검은 파도'는 실제 파도를 보는 것처럼 웅장하다. 작가는 이러한 실재적 이미지들을 통해 관람객들이 해변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