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동 토템>전의 작가 김상돈은 이러한 토템의 정의를 '소외된 모든 사물'로 확장했다. 오리, 허물어져가는 벽, 만화영화 카드, 플라스틱 의자 등의 사물들은 그의 설치 작업과 셔터를 통해 프레임의 중심에 선다.
꽃을 의자에 엮어 조명을 비춘 작업이나, 낙엽 가운데에 만화영화 카드를 놓고 '장미의 섬'이라 일컫는 작업들은 생경하고, 그렇기에 사물의 존재를 되돌아보게 한다.
작가는 일상의 오브제들을 토템화하면서 신격화하거나 미화하기보다, 일상의 언저리에 있어 주목받지 못했던 것들의 위치를 전복시키고자 했다. 그는 "제외되는 존재들, 경계 사이에 낀 이방존재들, 불온한 존재들, 비공식적 존재들, 사회적 소수자들, 하위주체의 사연"에서 스스로의 '토템'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불광동 토템>전은 작가 김상돈의 개인전으로서는 두 번째다. 그러나 98년부터 꾸준히 협동 작업과 단체전에 참여해 왔다. '제6회 서울국제실험영화 페스티벌'에서 상영회를 가지는 등, 사진과 영상을 넘나드는 작품 활동을 해왔다. '일상의 비루한 오브제'는 그의 공간에서 토템이 될 수 있을까.
4월 8일부터 5월 3일까지. 트렁크갤러리. 02)3210-123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