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화된 양심'
작가 박계훈의 하얀 도자기는 군더더기 없이 깔밋하다. 이리저리 재지 않고 가장 보편적인 도자기의 모습을 보여주며 조용히 서있다. 전시장은 전체적으로 보통보다 약간 어두운데, 작품의 밑을 은은한 조명이 받쳐준다.

이런 조명 설치는 하나의 작품을 감상할 때에 그 작품에 바로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더불어 고요하고 엄숙한 느낌을 함께 자아내어 도자기의 느낌을 한층 강화한다. 그러나 이 도자기들은 한지로 만들어져 단단하지 않다. 은 불안하다.

"대중들은 따분한 진실보다 달콤한 거짓을 더 좋아한다." 그는 그의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대중을 따라 '달콤한 거짓', '자극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낼 것인가, '따분한 진실', '내면의 이미지'를 만들어 낼 것인가. 작가는 후자를 택했다.

한지를 이용한 도자기 상들은 화려한 색채도, 웅장한 크기도 없지만 그렇기에 내면에 충실하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허망한 판타지의 세계'에서 탈출한 이미지다. 평론가 조숙현은 Public art 2010년 9월호에서 "예술가의 숙명, 사회적 기능에 대해 고민하는 박계훈의 작품들은 묵직묵직한 개념덩어리들을 짊어지고 있다"라고 총평했다.

전시장은 액자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동양화 속 한 풍경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도 그럴 것이 각종 동양적인 이미지, 특히 도자기들이 어둠 속에서 제 모습을 조용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관람객은 이번 전시를 통해 조용한 어둠 속에서 작가의 자기반성을 곱씹게 되며, 자신의 자아도 돌아보게 될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4월 7일부터 4월 20일까지. UM Gallery. 02)515-397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