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림 출간불멸의 오페라 아리아 63곡 선정, 해설, 음반 추천 소개

올해로 팔순에 접어든 老교수의 펜은 결코 나이 들거나 녹슬지 않았다.

<불멸의 지휘자>를 집필한 지 만 2년도 되지 않은 지난 3월 말, 안동림 전 청주대 영문과 교수가 또 한 권의 책을 펴냈다. 풍부한 어휘와 클래식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과 애정은 '클래식 애호가'인 인문학자의 완숙한 경지를 드러낸다.

신간은 오페라 아리아 명곡 63곡을 선정, 해설하고 음반 및 DVD를 추천, 소개한 <내 마음의 아리아>(현암사). 지난 1년 3개월 동안 포털사이트 네이버 캐스트에 일주일에 한 편씩 꼬박 연재한 글을 묶어낸 것이다. 책 출판에 맞춰 EMI와 유니버설에서 이들 곡을 모은 동명의 음반도 발매됐다.

베르디의 <가면 무도회>, <아이다>, <일 트로바토레>, 베버의 <마탄의 사수>, 죠르다노의 <안드레아 쉐니에>, 바그너의 <탄호이저>, 푸치니의 <토스카>, <투란도트>, 모차르트의 <요술피리> 등 불멸의 오페라 아리아가 담겨있어 클래식 애호가들의 좋은 오페라 길잡이가 될 듯하다.

4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안동림 교수는 "클래식 음악 사랑의 종착역은 오페라 아리아입니다. 사람 목소리만한 악기가 없거든요. 그래서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를 가진 오페라 아리아는 궁극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지요"라며 오랜 오페라 사랑을 드러냈다.

하지만 오페라가 일본을 거쳐 국내에 소개되었던 탓에 오역이 적지 않다. 일일이 이탈리아 사전을 찾아가며 가사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다수의 오역을 바로잡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여자의 마음'으로 잘 알려진 베르디의 <리골레토>의 아리아의 첫 소절 'La donna e mobile qual piuma al vento'는 그동안 '바람에 날리는 갈대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여자란 변하기 쉬운 것 바람에 날리는 깃털 같이'가 정확한 번역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해외에서 공부한 이들이 외국어별로 오역을 바로잡는 시도가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에게 '내 마음의 아리아'는 레하르의 오페레따 <즐거운 미망인>에 나오는 '빌랴의 노래'라고 했다. 책 속에서 "빈 정서와 관능적인 감각이 넘치는 사랑 이야기"라고 소개한 이 아리아는 그가 위로받고 싶을 때면 꺼내드는 음악이다.

1988년에 펴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스테디 셀러로 자리하고 있는 <이 한 장의 명반>을 비롯한 클래식 서적 출판과 중국 고전인 <장자>와 <벽암록>을 번역한 한학자로도 유명한 안동림 교수. 영문학 교수에서 소설가까지 분야와 장르를 막론한 활동과 해박함으로 우리 시대의 '르네상스인'으로 불리는 그는 "늙은 천재는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늙어서는 노력이 있을 뿐"이라는 이 말에서 여전한 현역, 안동림 교수의 삶의 철학이 읽힌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