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 체코인 브라즈의 서울 방문
한국을 방문한 건 무려 110년 전인, 1901년이다. 4월 말, 제물포를 통해 서울을 방문했던 그는 5월 말 부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떠났다고 기록되어 있다. 중국 여행기를 쓴 저서 <중국 여행 스케치> 중 3장 '북경에서 한국을 거쳐 시베리아로'에서 서울에 대한 인상을 남겼다는 것도 전해진다.
그리고, 서울에 대한 브라즈의 인상은 80여 장의 스테레오 사진(동시에 두 장의 화상이 촬영되는 스테레오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으로 남아 있다.
체코 국립박물관-나프르스텍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문화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사진들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공개됐다. 전시는 오는 6월 12일까지 이어진다.
하늘로 날아갈 듯 유려한 선을 가진 기와, 갓을 쓴 선비, 머리를 땋아 내린 댕기머리 총각, 짐을 실은 나귀와 곰방대, 말을 타고 가는 새신랑도 보인다.
전차 전력을 공급하는 전봇대 수리가 한창인 곳에 이 모습을 보려고 모여든 사람들. 곳곳에 서양식 건물도 들어서 있어 개항 이후 몰아친 변화와 미처 변하지 않은 모습들이 혼재되어 있다. 사진가 브라즈가 촬영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의 표정이 특히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지금과는 다른 당시의 풍광과 역사적인 사실도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897년 고종은 대한제국 을 선포한 후 황제로 즉위했는데, 제천의식을 지내는 제단으로 환구단을 건립하고 이어 신위를 모시는 황궁우를 건립했다.(1899년) 브라즈의 사진 속에서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환구단이 찍혀 있다.
이화학당의 설립자 메리 스크랜턴이 세운 여성들만의 병원으로, 이화학당 구내에 자리했던 보구여관(保救女館)으로 추정되는 사진도 귀한 자료로 남아 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