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배경 가운데 육감적인 캐릭터, 시선을 잡아끈다. 얼굴만 봐서 배트맨인가 싶었는데 몸을 보니 헐크고, 망토는 슈퍼맨이다. '세상이 뒤숭숭해 웃자고' 만든 연극 <락희맨쇼>는 포스터부터 볼거리다.

어린 시절 히어로가 모두 섞인 캐릭터만큼 무대도 다채롭게 꾸몄다. 음악과 춤, 카툰과 애니메이션, 영상을 곳곳에 배치하고 멜로물, 액션, 신파극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연극이 표방할 수 있는 몇 가지 목표 중 '즐거움'만을 위해 만들었다는 연극 <락희맨쇼>. 조선시대 태조 12년, 전국 각지에 금주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하루도 술을 마시지 못하면 안 되는 이들이 있었으니, '락희도당'이다.

그들의 여유로운 모습과 풍류는 범인을 압도했지만, 항상 술을 쫓아다녔던 탓에 금주령 앞에서 맥을 못 춘다. 한편, 11대째 술 사업을 이어왔던 술 사업가는 금주령에 밀려 '밀주업자'가 되는데. 그가 만든 명주, 이름부터 기가 막히다.

신촌 연극제 4번째 선정작으로, 신촌 The stage에서 만나볼 수 있다. '웃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무수한 연극 중, 꽤 신뢰가 간다.

새로운 레퍼토리, 다채로운 캐릭터, '쇼'를 위해 꾸며진 무대 덕이다. 희곡 <우울한 풍경 속의 여자>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바 있는 연출가 고선웅이 지휘한다. 6월 18일부터 7월 17일까지. 02)744-4011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