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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가림막에 그려진 '자연' 그림은 부자연스럽다. 자연스럽지 못한 광경을 가리기 위해 끌어온, 거기 있어서는 안 될 이미지가 의도적으로 있기 때문이다.

가림막을 장식하는 숲길과 꽃들은 가림막의 크기에 맞춰져 지나치게 크거나 작고,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이미지만을 착취하고자 하기 때문에 언제나 푸르다.

작가 이용환은 주변 공사장 가림막들이 자연 이미지로 도배된 상황에 주목, 이를 '정치적 풍경'으로 읽었다. 공사장 가림막이 자연의 이미지를 닮고자 하는 것은 어지러운 풍경을 가리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연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일을 원하기 때문이다. 공사장의 뿌연 먼지와 무너진 건물 대신, 공사 후 올라갈 건물에 대한 청사진을 자연 이미지로 대치하여 제시하고 싶어서다.

평론가 이경률은 작가 이용환의 작업에 대해 make, take, fake의 개념을 들어 설명했다. 과거 미술 사조가 make로 시작되었다면, 후에는 이미 있는 이미지를 취하는 take로 변화되었고 종래에는 자유로운 모사(fake)로 나아갔다는 것. 삶 역시 이와 같아서 획일화된 삶(make)이 선택형 삶(take)으로, 주체 상실의 삶(fake)으로 변화되었다고 설명한다.

작가 이용환의 '정치적 풍경'들은 이 모조 삶과 분명한 연관성을 보여준다. 전시는 7월 3일까지 자하미술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02)395-3222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