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농촌 남녀의 풋풋한 사랑을 그리는 데 이만한 작가가 또 있을까. 점순이와 함께 아찔한 동백꽃 속으로 파묻힌 소년과 장인과의 싸움에서 이겨 의기양양했던 청년을 그린 작가 김유정.

그의 대표작 '봄봄'이 전통 탈, 놀이 극과 어우러져 무대 위를 빛낸다. 문학 작품 '봄봄'이 해학과 정겨운 어휘로 사랑받았던 만큼 탈과 놀이는 작품과 부담 없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법하다.

극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 연극 <봄봄>이 내세운 무기는 꼭두각시 인형과 고무줄놀이다. 작품에서 금방 일어난 듯 한 등장인물들을 꾸리기 위해 생생한 시각 효과를 선보였다. 현란한 조명과 웅장한 배경음 대신, 옛 서민들이 즐겨 찾던 '놀이 문화'를 재현하면서다.

꼭두각시 인형을 자유롭게 놀리며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고무줄놀이를 통해 극에 생동감을 더했다. 여기에 판소리와 민요는 옛 흥취를 넉넉히 뿜어낸다.

국어 교과서에 단골로 소개되었던 만큼 줄거리는 관람객 누구에게나 익숙할 듯하다. 3년 넘게 데릴사위 머슴 생활을 하고 있는 '나'와 그런 '나'가 답답해 결혼 요청을 하라고 눈짓을 하는 점순.

그런 점순의 의도를 잘못 받아들여 장인과 싸움을 하고 마는 '나'의 어수룩한 모습은 그 자체의 풋풋함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이와 버무려지는 전통적인 요소들은 극의 즐거움을 더한다.

가족이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연극 <봄봄>, 극단의 이름을 닮아 '명품 연극'이 될 수 있을까. 7월 16일부터 7월 2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3673-2003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